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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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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동기' 안철수·이재명, 험난한 당권의 길

안철수, 당내기반 취약이 가장 걸림돌…'믿을맨'은 윤석열 대통령 지원 뿐

2022-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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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보궐 동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성남 분당갑)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인천 계양을)이 7일 나란히 국회로 등원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차후 행보와 당면한 과제 역시 닮았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입장에서 두 사람은 징검다리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당권까지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어 '무난한' 당대표는 어려울 전망이다. 
 
두 사람은 이날부터 21대 국회 의정활동에 돌입한다. 안 의원은 2017년 4월 19대 대선 출마를 위해 20대 의원직을 사퇴한 지 5년 만에 국회로 복귀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 14년 만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 의원은 전임자였던 김은혜 전 경기지사 후보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쓴다.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된 이 의원도 이 지역 5선을 지낸 송영길 전 서울시장 후보의 사무실을 물려받았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1일 밤 당선이 확실하게 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 날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같은 날 의정활동을 시작한 '동기'여서일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차후 행보 역시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두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차기 대권이다. 이를 위해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차기 당대표는 필수 관문으로 지목된다. 당내 기반과 지분을 확보해야 경선에서 유리하다. 다만 각자 처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당권을 향한 길은 험난해 보인다.
 
안 의원은 취약한 당내 기반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장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중 안철수계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이태규·최연숙 의원 등 극히 소수다. 이들조차 입각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챙기지 못한 안 의원에게 상처를 입고 실망을 했다. 정치 입문 이후 확고한 자기 세력을 만들지 못한 건 안 의원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된다.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그에게 실망, 곁을 떠났다. 김종인, 윤여준 등 내로라하는 원로들을 비롯해 이준석, 유승민, 하태경, 권은희 등도 한때는 같은 배를 탄 동지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 대표와의 앙금은 20대 총선 때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데서 시작된다. 당시 안 의원이 2만1645표 차로 이 대표를 꺾고 당선됐다. 또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도 응어리가 쌓였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이 단일화를 요구하자 이 대표가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 사진으로 그를 조롱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다. 윤 대통령과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대선 사전투표 하루를 앞두고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며 공동정부를 약속했지만, 1기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은 단 한 사람도 입각하지 못했다. 안철수계 내에서는 "분당 공천 하나가 공동정부 합의 대가"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지원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당권 도전 의지는 강해 보인다. 그는 5일 분당갑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당에서)어떤 직책을 갖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라면서도 "우리 당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당이 되고 지지기반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이는 곧 자신의 장점을 우회적으로 역설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특정 계층을 대변하기보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따뜻하게 품어 안을 수 있는 정당, 현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실용주의적 접근방법 등 두개가 핵심"이라고 언급, 당 개혁을 명분으로 한 당권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일 새벽 당선이 확실하게 되자 캠프사무실을 찾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권으로 가는 길은 이재명 의원이 더 험난하다. 안 의원은 단일화로 대선 승리의 공신이 됐고 약속대로 합당도 성사시켰으며 인수위원장을 맡아 새정부 출범에도 기여했다. 지방선거에서도 이겨 책임론에서 자유롭다. 자기 세력만 없다 뿐이지, 당권에 도전할 명분은 충분하다. 반면 이 의원은 대선 패배의 당사자인 데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진두지휘한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첫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명분 없는 출마로 본인만 생환했다는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결국 친문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되면서 당권 도전의 당초 계획이 망가졌다. 
 
이 의원은 시계를 지방선거 이전으로 돌리고 싶을 지도 모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역대 대선 최소표 차이로 석패하며 득표력과 존재감을 증명했다. 하지만 비호감의 이미지를 덜기 위한 자숙과 성찰보다 정계 조기 복귀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과는 비참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성남에 차려진 보궐선거를 뒤로 하고 연고도 없는 계양을로 방향을 틀면서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둔 도망선거'라는 지탄을 받았다. 이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 험지 출마를 거듭 강행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그의 그릇을 낮췄다. 특히 지방선거 막판에 제기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나혼자 살겠다고 당을 외면한 자기정치로 평가되면서 친문계에 역공의 빌미만 제공했다. 결국 이재명 외에 전국구 스타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민주당은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는 불가론이 거세졌고 이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손에 쥐어 86 용퇴로 대표되는 세대교체를 이룩, '이재명의 민주당'을 통해 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꿈을 앗아갈 원흉이 됐다. 
 
정치개혁 기수에서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이 이재명 의원에게 있는 만큼 당권 도전 선언부터 격한 반론에 직면할 게 자명해졌다. 민주당에게는 안방과도 같았던 인천 계양을 득표율에서 확인하듯 민심도 그에게 등을 돌리는 흐름이다. 일부 강성 팬덤정치만으로 민주당 최대 표밭인 호남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치열한 계파싸움 끝에 당권을 쥐더라도 국민 시각에는 '집안싸움'으로만 비칠 수 있어 이원욱 의원이 지적했듯 '상처 뿐인 영광'이 재연될 수도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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