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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민주당 내홍에 국회 표류…인사청문회 없이 '부적격' 장관 임명 가능해져

여야, 원구성 쟁점은 '법사위원장'…민주당 내홍에 법사위원장 당론도 지연

2022-06-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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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제39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국회 공백 사태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0시를 기점으로 21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됐지만 후반기 원구성이 진척에 난항을 보이면서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6·1지방선거 참패로 내홍에 빠지면서 모든 협상이 사실상 ‘올스톱’됨에 따라, 당분간 국회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위해 만난 이후 원구성을 위한 협상을 멈춘 상태다. 
 
민주당은 국회 공백을 우려해 먼저 의장단 선출을 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들을 비롯해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진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며 거부 중이다. 원구성 합의가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이들의 임명이 강행될 수도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주 원 구성 협상과 관련된 일정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본회의에 의장단 선출안을 먼저 상정시켜 통과시키면, 의장단이 인사청문회특위를 구성해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급한 게 인사청문회인데, 국민의힘에서는 자꾸 민주당 내부 문제와 법사위원장을 연결시켜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결국 윤석열정부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도록 독주의 길을 터주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국민의힘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단부터 선출하자고 제안했다’고 묻자 “안 된다”며 “상임위 협상을 같이 병행해야 한다. 법사위만 주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인데 왜 그렇게 고집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한 만큼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원구성이 안 되면, 행정부에서 임명을 해도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렸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에 당권투쟁까지 얽히면서 법사위원장 문제 등 원구성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 내에서는 법사위원장 문제를 두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여야 간 법사위원장 공방 관련해 “다수의 의원들은 지킬 수 있으면 지켰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박 원내대표도 그런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앞서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을 탐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며 “법사위원장을 쥐면 국회 입법 독주를 민주당이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법사위, 이것은 막아야 한다”며 “이것을 없애면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가져가도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일종의 중재안이다.  
 
법사위원장은 통상 야당 몫이지만,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제1당으로 국회의장 자리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넘어가는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장마저 민주당이 다시 가져가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사태가 재연되는 등 입법 제동을 우려한다. 특히 직전 원내대표였던 윤호중(민주당)-김기현(국민의힘) 간 합의에 따라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돌려줘야 한다며 압박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갈 경우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윤석열정부를 견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난달 27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의 표류로 인사청문회 패싱도 점쳐진다. 현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등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김창기 후보자의 경우 지난달 16일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돼 국회법상 지난 4일 청문 기한이 도래했지만 청문회 일정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순애 후보자 역시 오는 18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마쳐야 한다. 이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마저 지나면 대통령은 직권으로 임명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8월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자 장관 3명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특히 박순애 후보자의 경우 국민 상식에 어긋난 과거가 계속해서 밝혀지면서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01년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검찰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기소했지만 박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그 결과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응급환자 이송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선고유예 처분을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교육부를 이끌 전문성의 부재도 쟁점이다. 또 김승희 후보자의 경우 과거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두고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말해 ‘막말 논란’이 벌어졌다. 게다가 장녀와 아들은 각각 세종 아파트 갭투자·병역면제 의혹까지 받고 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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