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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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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전에 환율 더 뛴다…"1300원대 중반까지 오를 것"

15일 장중 1326.7원까지 올라…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

2022-07-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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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심리적 마지노선'인 1300원을 넘어선 이후 이달 1320원 선을 오르내리는 등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을 단행했지만 사실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가파른 자국 물가 상승에 오는 26~27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사실상 예고되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이 환율을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국인 자본의 대거 유출로 무역수지 악화까지 겹쳐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9원 오른 1318원에 출발했고, 14원 상승한 1326.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특히 환율은 장중 한때 1326.7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12일 기록한 연고점(1316.4원)을 다시 경신했다. 장중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29일(1357.6원) 이후 최고치다.
 
이 같은 환율 급등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 등 외부 요인들이 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금리의 경우 이번 빅 스텝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2.25%, 미국은 1.5~1.75%로 격차가 0.5~0.75%포인트 벌어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미국이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거나,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기준금리는 곧바로 역전된다.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 같은 환율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하고 무역수지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10억9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다. 하반기 동안 이들 요인의 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무역수지는 이미 악화하는 흐름으로 접어들었다. 관세청의 '6월 월간 수출입 현황(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전월 대비 2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인 576억 달러 규모의 수출액을 기록했음에도,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입액이 19.4% 증가한 602억 달러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와 경제성장률 둔화 영향이 연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화 환율의 변동요인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자재가와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보다 수입 증대 효과가 더 커 당분간 무역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보고서는 원자재가와 환율 변동이 최종재 생산 비용에 반영되기까지 5개월이 걸리고,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 영향은 10개월 이후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흔들리는 점도 문제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3%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8%로 2017년과 비교해 1.9%포인트 떨어져, 2년 연속 대만에 중국 수입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수출의 특징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대중국 수출이 10% 줄면, 국내 경제 성장률은 0.5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의 내수 강화 산업정책과 수입구조 재편이 이어지면, 중간재와 가공무역 위주의 우리 수출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전 세계 경제 환경이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전망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상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긴축 행보가 어떤 국가들보다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내내 달러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출도 일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강 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흐름 속에서 가장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경제주체는 수입업계라 볼 수 있다. 그만큼 해외 원자재나 부품을 의존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고충이 심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오는 방향의 전략보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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