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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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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다르다

2022-09-08 08:58

조회수 :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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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지칭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native spaeker)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말로만, 글로만 들었던 디지털 네이티브가 내 아이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업무상 휴대폰을 항상 소지해야 했던 엄마, 아빠 탓인지, 자연스레 유튜브 키즈로 미디어 세계에 입문했다. 글은 몰라도 그림은 알았던 아이는 아이콘의 모양으로 유튜브를 실행했고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터치 인터페이스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타고 각종 콘텐츠를 접하게 했다. 한글도, 영어도 굳이 가르치지 않았지만 어느새 익혀버렸다. 기대치 않았던 유튜브의 순기능이었다. 
 
서점에 놀러갔다 영업을 당해(?) 집으로 도착한 무료체험 학습기. 이번에는 일주일만에 다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우리 때는 종이 학습지가 당연했는데, 요즘은 기본적으로 패드(태블릿)가 따라온다. 유튜브 학습법과 마찬가지로 아이는 교육 콘텐츠 이곳 저곳을 콕콕 눌러보며 콘텐츠를 익힌다. 윙*, 밀크*, 스마트*, 아이스크*** 등 미취학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일주일 무료체험'을 내세우는 것도 새로운 디바이스와 미디어에 홀리는 아이들의 습성을 노린 전략이다. 패드에 대한 관심은 길어봐야 6개월이면 사그러드는데, 학습 약정은 기본이 1년이다. 무료체험 기간에는 유튜브도 제쳐두고 오직 학습기에 몰입을하니 가입했다가 결국 학습 패드(특히 놀이 콘텐츠)와 유튜브 모두에 빠져있는 아이를 보자면 속이 탄다.
 
6살인 올해부터는 게임에도 입문했다. 이전에도 카트라이더 같은 간단한 게임은 한 번쯤은 조작하게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포켓몬 열풍과 함께 아이는 단번에 포켓몬고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알았냐니 유튜브에서 봤단다. 마치 지금의 2030이 케이블의 게임방송을 즐겨봤듯이 이 꼬맹이는 유튜브에서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의 게임 채널에 빠졌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결국 포켓몬고까지 인도했고 아들은 유튜브로 게임도 '공부'했다.
 
메타버스 서비스 속의 낚시 게임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즐기고 있는 6세. 메타버스 내 전용 재화로 낚시 바늘을 구입 중이다.(사진=김진양 기자)
 
 그 옛날 포켓몬고 열풍이 처음 불어왔을 때에도 하지 않았던 게임을 6살 아들 덕분에 하고 있다. 심지어 아들에게 배워가면서 한다. 어떻게 해야 아이템을 더 잘 모을 수 있고 더 좋은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지 훈수를 둬가면서 게임을 한다. 
 
작년 말 쯤이었나, 메타버스 열풍이 불어 취재차 로블록스를 설치했다가 도저히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30분만에 덮었는데 아들은 유튜브를 며칠 유심히 보더니 하루 아침에 레벨을 20단계나 올렸다. "로블록스는 초딩이나 하는 게임"이라 했다는 어느 중학생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될 상황이었다. 
 
게임성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설치해줘봤다. 역시 개념을 쉽게 받아들인다. 70이 코 앞인 할아버지가 "도대체 그게 무얼 하는 거냐"라고 물으니 한 번 들었던 이야기를 줄줄 읊는다. "독도를 똑같이 만들어 놓은 건데, 여기에서 쓰레기도 줍고 탐험을 하며 돌아다니는 거에요. 낚시도 할 수 있는데 진짜 독도 주변에 사는 물고기들만 잡을 수 있대요. 나중에는 독도에서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도 갈 수 있대요"
 
제페토와 로블록스를 즐기는 요즘 아이들이 되레 "메타버스가 뭐에요?"라고 묻는 다는게 어찌보면 이해가 됐다. 그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놀이 문화인 것 뿐이었다. '메타버스가 MZ세대의 놀이터'라는 것은 어른들의 잣대였던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초딩, 중고딩은 MZ도 아닌 '알파세대'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디지털을 머리로 배우고 익혔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자연스러운 생활 도구 중 하나다. 디지털 디바이스로 인한 미디어 과몰입 문제는 따로 논하더라도,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아이들이 주류가 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러면 처음부터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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