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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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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이배월)에이피티씨, 반도체 먹구름에도 배당은 튼튼

SK하이닉스에 식각장비 공급…국산화율 높아질수록 수혜

2022-09-19 06:30

조회수 : 1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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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식각(에칭, Etching)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로 만든 패턴을 남기고 나머지를 불산이나 불화메탄가스 등으로 부식시켜 없애는 작업을 말한다. 반도체에 필요한 패턴만 살리는 공정이다. 
 
에이피티씨는 이 식각 공정에 필요한 장비(Etcher)를 만드는 반도체 장비업체로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300mm 실리콘 식각장비 등 주력 제품을 SK하이닉스에 납품해 주로 D램과 낸드(NAND)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쓰인다.
 
국내에서 에쳐를 만드는 기업은 세메스와 에이피티씨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이므로 제외하더라도, SK하이닉스는 에이피티씨가 독점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SK하이닉스는 대부분 외산 장비를 쓴다. SK하이닉스의 에칭 장비 구매액은 연간 3조~4조원 수준인데 이중 에이피티씨 장비를 채택하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고 한다. 기술장벽이 높다 보니 아직은 국산 장비 채택률이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한다면, SK하이닉스가 장비 국산화율을 높일 경우 에이피티씨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안타증권은 SK하이닉스의 에쳐 국산화율이 20%까지 확대될 경우 에이피티씨의 매출액은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고객사 한 곳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약점이 있으나, 쓰이는 곳과 품질에 따라 에칭 장비의 종류가 다양해 조금이나마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에이피티씨는 기술장벽이 높다는 해자가 있고 국산화율도 낮아 성장 전망이 높은 기업이지만 문제는 업황이다. 장비주라서 전체 반도체 업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반도체 섹터의 전망이 불확실하다 보니 주가도 힘을 잃은 국면이다. 
 
낸드고 D램이고 할 것 없이 연초에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신규투자 스케쥴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러니 다들 실적이 기대했던 것 만큼 나오지 못한다. 
 
에이피티씨의 경우 올해 초 개발한 신규장비(Leo WS) 상용화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실적 성장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연말부터 주식을 대거 매수, 지난 3월엔 장중에 2만5000원을 잠깐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론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현재 1만5500원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은 단기에 해소될 사안이 아니다. 특히 에이피티씨의 경우 반도체 중에서도 변동성에 취약한 편인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여서 걱정을 털어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가 실적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니어서 부담은 덜한 편이다. 사실 반도체주 저평가 현상은 에이피티씨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램리서치 등 해외 기업도 밸류에이션은 그리 높지 않다. 직접 비교 대상인 세메스의 경우 비상장사이다 보니 더욱 저평가된 상태다. 
 
 
이럴 때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배당이다. 에이피티씨는 최근 공격적인 배당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에이피티씨는 2020년(296억원)보다 82.4%나 급증한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465억원이었다. 이에 경영진은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게 1주당 1000원의 배당을 의결했다. 이미 지급한 중간배당 200원을 포함해 연간 1200원을 배당한 것이다. 
 
2021년 배당이 역대급이었지만 2020년에도 주당순이익(EPS) 1003원 중 절반인 500원을 배당한 것을 보면 배당엔 매우 후했던 셈이다. 
 
다만 2019년과 2017년엔 순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지 않아 배당정책에 일관성이 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나쁘지 않다. 영업이익 333억원, 순이익 27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하반기 실적이 크게 줄지 않는 한 배당이 감액될 만한 성적은 아니다. 
 
에이피티씨는 지난 8월5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이 배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경영진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간배당 없이 1000원만 배당해도 현재 주가 대비 6.45% 배당수익률이다. 결코 낮지 않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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