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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백년대계는 안녕한가②)반도체 꽂힌 정부에…'지방대 미달' 가속

정원 감축 비율, 비수도권 압도적…전체의 88%

2022-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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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내세운 반도체 인재 양성책으로 인해 지방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지방대는 신입생 정원 채우기가 어려운데,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이유로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 지방대 소멸이 더욱 가속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5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1만6000명 이상을 줄일 방침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정부는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주기로 했고, 이에 따라 96개 대학이 정원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원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곳은 비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교육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 참여 대학에 따르면 비수도권 74개 대학에서 1만4244명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전체의 8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수도권에선 22곳에서 1953명(12%)을 줄이는 데 그쳤다.
 
최근 3년간 정원 감축 비율도 지방대가 월등히 높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대학 정원은 1만6576명이 줄었는데, 이 중 지방대 비율이 75.3%(9131명)에 달했다.
 
이처럼 지방대들의 신입생 충원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최근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이유로 수도권 정원 규제마저 풀었다.
 
텅 빈 대학 강의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 한해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는 교사(건물), 교지(땅),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4대 요건을 충족해야 했는데,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증원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정책이 발표되자 지방대학 총장들은 이 정책을 철회하라며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겉보기엔 지방대와 수도권 규제를 함께 푼 것이지만, 지방대는 학생이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수도권 규제만 완화한 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도권 정원이 늘어나면서 지방대들은 신입생 모집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내걸어놓고 이를 역행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교육부는 지역대학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뒤늦게 '지방대학 발전 특별협의회'를 구성해 소통에 나섰다. 이를 통해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지방대학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또한 교육부가 앞서 발표한 내용을 반복한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학가에선 지방대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 전체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나 생활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아 서울로 향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호범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에선 인재를 키워도 이 인재가 수도권으로 가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대학에만 집중해선 안되고 청년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기업 유치 같은 노력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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