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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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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정태영 신화'의 이면)가수금 27억 놓고 형제간 진실공방…최소 8억 행방 묘연

동생 명의 계좌서 2천만원 미만 현금 수차례 인출

2022-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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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가족회사인 서울PMC의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은 친동생인 해승씨가 2017년 제기한 가수금 반환 소송에서 불거졌다. 해승씨가 과거 서울PMC에 지원한 27억여원 중 미반납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돈 중 상당부분을 정 부회장이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소송의 판결문과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 등을 보면 서울PMC는 지난 2004년 1월1일부터 2005년 12월31일까지 대차대조표의 특수관계자 차입금 계정에 27억여원의 단기차임급 채무가 발생한 것으로 기재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6년 12월31일 이 단기차입금이 모두 상환된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차입금 27억여원의 사용처다. 해승씨는 2013년 무렵 이 돈을 돌려달라고 정 부회장과 그 측근 인사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대화내용을 녹취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 측근이 돈의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해 정 부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시인하는 내용과 정 부회장 자신이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로비를 했다고 언급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정태영-해승 형제간 가수금 반환 소송 개요. (이미지=뉴스토마토)
 
형제간 소송전의 전말
 
서울PMC의 가수금(실제 거래는 있지만 거래내용이 불분명한 돈)을 놓고 벌인 정태영-해승 형제가 벌인 소송은 2017년12월 시작됐다. 해승씨는 서울PMC로 넘어간 27억여원이 자신이 경영한 종로학력평가연구소(종로학원의 계열사)의 본인 명의 계좌에서 빠져 나간 것이기 때문에 자기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3년 서울PMC가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해승씨 지분을 사들이고 돌려준 22억5000여만원을 제외한 5억여원에 이자를 붙여 14억원을 달라고 청구했다.
 
반면 정 부회장은 회계 장부상으로만 동생이 서울PMC에 27억여원을 빌려준 것으로 처리됐을 뿐이며, 종로학원과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부친 고 정경진 회장이 서울PMC로 돈을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돈의 실제 주인은 부친이라는 주장이다. 

해승씨는 재판에서 27억여원의 가수금 행방에 대해 정 부회장이 서울PMC 장부를 조작해 19억원으로는 동생(해승씨) 명의로 회사 지분을 매입했고, 2억500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해 세탁 후 개인 금고에 넣었으며, 5억4000만원은 개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부회장 측은 가수금 일부로 주식을 매입한 것은 부친이 결정해 진행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 부회장이 자금을 임의로 썼다는 주장에 대해선 "'가수금의 소유자가 누구냐'하는 본 소송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이라며 소명을 하지 않았다.
 
소송은 1년2개월 만인 2019년1월 정 부회장의 승소로 끝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서울PMC로 간 27억원이 원고의 돈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정 부회장 측근 녹취록으로 의혹 증폭
 
정 부회장이 승소했지만, 이는 가수금의 실제 주인을 놓고 다툰 소송으로 법원은 돈의 행방을 따지지는 않았다. 정 부회장 측도 해승씨의 자금 유용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방어를 하지 않았다. 27억여원의 가수금 중 주식 매입에 쓴 19억원을 뺀 8억원의 행방이 소송과정에서 규명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들을 살펴보면 돈의 행방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해승씨가 2013년 3월 정 부회장의 측근 이모씨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이씨가 정 부회장 지시로 거의 매일 2000만원 이하로 돈을 인출해 박스로 배달하거나 은행 대여금고에 넣었다는 진술이 나온다. 해승씨에 따르면 주식 매입자금을 뺀 나머지 8억원은 동생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뒤 그 통장과 도장은 서울PMC에서 관리했다. 그러면서 이 돈을 해승씨 모르게 빼 썼다는 게 동생 주장이다.  
 
이씨는 '내 통장을 거쳐 간 내역서가 있는데 이런 일(현금인출)이 없었다면 말이 되냐'는 해승씨의 추궁에 "2000만원 미만으로 현금화한다는 거 있었고 대여금고에 넣어놨다가 박스에 넣어서 사장님(정 부회장)에게 갖다준 일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씨가 2000만원이 넘지 않게 인출했다고 하는 대목은 당시 거액을 현금으로 인출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의심된다. 
 
2013년 3월 정태영 부회장의 남동생과 정 부회장 측 이○ ○씨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 (사진=뉴스토마토)
 
정 부회장 스스로 국세청 로비 언급
 
다른 녹취록엔 정 부회장이 국세청 고위간부에게 로비를 했다고 보이는 대목도 있다. 2013년1월 정 부회장과 해승씨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정 부회장은 동생에게 "너 옛날에 세무조사 받을 때 내가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기억하지?"라고 말하며 국세청 고위간부의 아내가 운영하는 화랑에서 1억원어치의 그림도 샀고, 이것 때문에 검찰에서 조사도 받았다고 말한다.
 
같은 해 3월 대화에선 "그림을 사줬다가 내가 검찰에 들어갔는데 검사들을 다 동원해서 이걸 불기소처분시키는데 3억5000만원을 줬다"며 "회삿돈으로 하면 배임이라고 해서 개인 돈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가수금 반환 소송에서 정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자금유용과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법원은 "원고(해승씨)는 피고가 2006년 9월18일 인출한 27억원을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해 횡령했다는 점을 근거로 연대책임을 묻고 있으나, 설령 그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위 돈이 원고가 피고 회사에게 빌려준 돈이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피고들이 원고에게 위 돈을 연대해 반환할 책임을 부담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취재팀은 정 부회장이 서울PMC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사자에게 반론요청서를 보냈으나 현대카드 측을 통해 "반론이 없다"고만 알려왔다.
 
특별취재팀 newsal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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