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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빈살만-재계 총수 회동…'K-신기술'로 제2의 중동붐

이재용·정의선·최태원 등 재계 총수 '총출동'

2022-11-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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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방한한 가운데 재계 내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건설업 주도로 일으킨 중동 특수에 필적하는 대규모 해외 사업을 대규모 수주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국내 기업들이 건설 뿐만이 아닌 인공지능과 5G 무선통신기술, AI, 친환경 에너지 등 이른바 'K-신기술'에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새벽12시30분경 전용기 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최태원 SK(034730) 회장, 김동관 한화(000880) 부회장,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000150)그룹 회장, 이해욱 DL(000210)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사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만난다.
 
이번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의 가장 큰 의미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NEOM)'에 있는 평가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미래도시를 짓는 지구상 최대 건설 프로젝트다. 총 면적은 서울의 44배에 달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더 라인(직선 길이 170km 직선도시), 옥사곤(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트로제나(대규모 친환경 산악관광 단지)로 나뉘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연합)
 
빈 살만 황태자 방한과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성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먼저 현대로템은 이날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시티' 네옴시티 내 철도 인프라 구축 관련 MOU를 체결했다. 또 사우디와 수소기관차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향후 현대로템이 사우디 고속철을 수주할 경우 국산 고속철의 첫 수출 성과가 된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도 결정됐다. 삼성물산, 포스코, 한국전력 등 5개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수소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65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생산량이 120만톤에 이르는 생산단지를 구축한다. 건설 기간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다.
 
건설 분야에서는 삼성물산이 PIF와 모듈러 사업 협력 MOU를 맺었다. 삼성물산이 네옴시티에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도 사우디 건설사 알파나르와 석유·가스·석유화학 사업에서 폭넓게 협력하는 MOU를 체결했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지 업체와 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발 국내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울산에 약 8조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사업 '샤힌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건설사 3곳과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에쓰오일 공장 일대에 연간 18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화학제품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건설 기간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다. 앞서 에쓰오일은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샤힌 프로젝트 구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왕세자와 재계 총수들의 회동 이후에도 이같은 대규모 투자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어떤 외교적인 층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재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네옴시티' 건설"이라며 "이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제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물꼬를 타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던 국내 기업들이 눈치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네옴시티의 완공 목표도 2030년으로 엑스포 개최 시기와 겹친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와 별개로 우리 기업들의 유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향후 정부의 방향성을 예의주시해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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