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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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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꽃게철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인가

2022-12-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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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한반도에 한파(寒波)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열전(熱戰) 양상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가운데 고체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체 실험, 정찰위성 실험에 이어 5대의 무인기까지 남한 영공으로 내려보냈다. 윤석열정부는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공언했던 대로 강대강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처음 논란거리로 등장한 것은 2014년 3월, 4월이었다. 파주, 백령도에서 일본제 캐논카메라를 장착한 북한 무인기가 추락한 채로 발견됐고, 이어 삼척에서도 추락한 무인기가 신고됐다. 당시 무인기의 제원은 동체 길이 143㎝, 날개폭 192㎝, 높이 55.7㎝, 무게 15㎏(연료 완충시)였다. 사실 이렇게 작은 무인기를 막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격추는커녕 탐지도 못한 채 추락 상태에서 민간인 신고로 발견했다는 점에서, 당시 군은 동네북이 되어야만 했다.
 
이 무인기에 장착된 촬영장비는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보급형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캐논 550D'였고, 렌즈를 포함해 무게는 1㎏을 넘지 않았다. 당시 군 당국은 파주 무인기에 달린 렌즈(50㎜)도 처음 살 때 기본으로 붙어 있는 사양이라며 "개인이 카메라를 가지고 원거리에서 찍는 수준이어서 구글어스(위성)보다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면피했다.
 
2014년 추락한 북한 무인기 발견…복원해 실제 비행 시험 "3~4㎏  폭탄도 달 수 없을 정도로 조잡"
 
김관진 국방장관은 4월4일 국회에서 “초보적 정찰이고 사진을 촬영하는 단계인 데다 구글어스의 사진과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안보 상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더 발전된다면 자폭기능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북한 소형 무인기에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의 무게에 대해 "3~4㎏ 정도 추산한다"며 "(이 정도 폭약량은) 건물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효과는 아니다, 인명 살상은 가능하나 정밀도는 굉장히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당시 언론들은 북한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 “청와대 촬영한 북 무인기가 대통령을 겨눴으면 어쩔 뻔 했나”, “북한 무인기에 송수신 장치가 있었다”는 등의 보도를 내보냈다.
 
2014년 4월 3일 당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 정치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북한 무인기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방공망이 뚫렸다고 개탄했고, 결국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스라엘제 저고도 탐지 레이더 RPS-42 10여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대 탐지 거리가 10km라는 점에서 10여대로는 애초 휴전선 전체를 커버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3월, 추락 상태로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실제 비행시험을 한 결과 “3~4㎏ 무게의 폭탄도 달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이 무인기들을 실제 날려보면서 여러 기능을 확인했는데, 400~900g 정도의 수류탄 1개를 매달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탑재된 엔진과 정보수집용 카메라 작동 기능은 모두 1980년대에 제작된 조잡한 수준으로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북한 무인기도 2014년에 발견된 것처럼 날개폭 2m 이하의 소형 무인기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장 출신인 차두현 아산연구원 박사는 "지나치게 호들갑 떨 이유도 없다, 저 크기의 무인기 가지고는 정찰은커녕 테러도 못 한다”며 “다만, 우리의 드론 재밍 기술과 드론 사냥 노하우는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박사의 지적대로 필요 이상으로 ‘오버’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소홀히 대응할 수도 없다. 북한 무인기 때문에 처음으로 우리 민간 항공기가 비행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명백하게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2021년 초 8차 당대회서 ‘500㎞ 무인 정찰기 개발’ 선언
 
더욱이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500㎞ 무인 정찰기 개발’을 선언한 상황이다. 북한은 당시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등 7대 과제를 설정한 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미덥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사격을 위해 발사한 현무-2C 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바로 추락하는 사고가 빚어졌다. 이번에도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출격한 KA-1 경공격기가 이륙 직후 인가 주변으로 추락해 자칫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 더욱이 다음날인 27일에는 강화군에 북한 무인기 항적이 발견됐다며 전투기와 공격헬기까지 출격시켰으나 새떼로 판명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것 외에 남북간 상황을 관리할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고, 정부가 그런 방안을 찾을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1953년 휴전 협정 이후 남북간 대규모 충돌은 서해 NLL 인근에서 발생했다. 그나마 지금은 꽃게철이 아니라 서해에서 남북 함정들이 얽힐 가능성이 적고, 육지의 비무장 지대도 9·19군사합의로 실질적인 비무장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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