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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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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잊히길 원하는가요

2023-01-19 15:32

조회수 : 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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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고 싶은 기억 하나쯤은 있으실 겁니다. 나의 기억에서 지워지기를, 혹은 누군가에게도 기억되지 않기를 하는 일들 말입니다. 슬퍼서일 수도 있고, 창피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제 기억의 공간을 더듬어 봅니다. 과음으로 인사불성이 돼 연락두절이 됐던 일도 있었고, 학창시절 실내화를 신지 않고 다니다 등굣길 정문에서 벌을 섰던 일도 있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기억들 가운데 문득 머릿속을 지나가며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일들입니다. '얘가 그랬었어'라면서 회자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큽니다. 
 
뇌는 가만히 있을 때에도 과거 안 좋은 기억이나 상처를 되살려 내곤 합니다. 당연히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괴롭습니다. 좋지도 않았던 감정과 상황을 되풀이해서 경험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닐 겁니다. 이러한 까닭에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에서는 이런 대사도 있었습니다. '망각은 신의 배려다'.  
 
위에서 아래로 모든 기억을 담고 있을 것 같은 하늘. (사진=뉴시스)
 
개인에서 기업으로 관점을 옮겨 보겠습니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고리처럼 얽혀있습니다. 성과도 있지만, 때로는 과오도 만듭니다. 불미스러운 일의 중심에 섰을 때 빨리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싶어합니다. 불미스러운 이슈에 장기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려 합니다. 일개 개인이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대다수 기업들과 연관된 주요 이슈가 있습니다. 정보유출, 보안 문제입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이 주도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금전적 문제 등 2차 피해의 범위를 예상할 수 없어 큰 문제로 지목됩니다. 그런데 관련 기업들은 해당 이슈에서 법규적인 문제만 해결한 후 꼬리를 자르려는 모습이 종종 관찰됩니다. 특히나 개인정보보호법 제40조항을 보면 ' 1000명 이상의 정보주체에 관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에는 서면 등의 방법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보주체가 알아보기 쉽도록 7일 이상 게재해야 한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게재시간을 채운 후 대중의 인식에서 벗어나기를 택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공지가 이를 방증합니다. 한정된 기억의 공간 속에서 잊혀지기를 택하기보다는 기억되고 싶은 일을 만들어내는 나와, 사람들과, 기업들이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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