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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물가상승률 5→4→3% 관리 가능하나…임금 인상 압박 거셀 듯

물가 상승 압력에도 임금 인상 압박 불가피

2023-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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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조용훈·용윤신 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연간 3%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5%대 고물가 행진은 올해 1분기 이후 4%대 물가에 이어 하반기 3%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대 물가로 서서히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하고 있어 아직 상방 압력이 높다. 그렇지만 1분기가 지나면 4%대 물가를 보게 되고, 하반기에는 3%대를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2월 중 5% 내외를 나타낸 후 점차 낮아져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에 대한 인상 요구는 거세질 전망입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맞춰 발간한 '세계위험보고서 2023' 세계경제포럼을 보면, 앞으로 2년간 세계를 위협할 최대 위험 요소로 '생계비 급등 위기'를 꼽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주요국 사례에서도 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임금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2022∼2023 세계 임금'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전 세계 실질임금이 0.9%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G20으로 범위를 좁히면 실질임금은 2.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으로 올린 미국은 현재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노동 시장 강세에 따른 임금 상승을 물가 대응의 최대 변수로 여기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목표치인 2% 물가 상승률을 달성해야 하는 관점에서 현재 임금 상승률은 너무 높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일본 사례에서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비해 근로자 임금 수준이 더디다며 기업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외신 등을 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물가 상승을 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임금 인상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인플레이션 상승기 최저임금'이란 보고서를 보면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9개월 동안 30개 회원국 중 21개국의 시간당 실질 최저임금이 줄었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12.3%), 네덜란드(-11.2%), 캐나다(-5.1%), 독일(-2.7%), 영국(-2.6%), 한국(-1.8%), 일본(-0.7%) 등의 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해 10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세전)은 363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7만6000원(5.1%)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물가를 반영한 10월 실질임금은 332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만8000원(0.5%) 감소했습니다. 고물가에 실질임금은 7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11~12월 물가를 고려하면 해당 기간 역시 실질임금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커 8개월 연속 뒷걸음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KERI) 부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임금 수준을 올린다면 추가된 임금 인상분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준금리는 더 올려야 할 것이고,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가계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높아지게 된다. 높아진 임금 수준은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병유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개방 경제를 취하고 있어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상황과 맞추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의 악순환의 현상이 과거 70년 중후반처럼 강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전 교수는 "정부가 임금 인상률이 높으면 금리를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도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강하게 인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올라 임금이 올라가고 임금이 올라서 다시 물가가 올라가는 이러한 순환은 아직 한국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경기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임금 때문에 물가가 추가로 올라가는 현상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올해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이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뒤따르는 임금 상승 압력이 남아 있어 향후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수준입니다. 월별 물가를 보면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 5.7%, 9월 5.6%, 10월 5.6%, 11월과 12월 각각 5.0%로 나타났습니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5%대 고물가 행진은 올해 1분기 이후 4%대 물가에 이어 하반기 3%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조용훈·용윤신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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