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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뉴스북)난방비 시그널

2023-02-0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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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올겨울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보일러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정책에는 ‘시그널(신호)’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거나 기존의 정책이 바뀔 때 정부는 이런 변화를 미리 알리고는 합니다. 그 대상은 좁게는 바뀐 정책으로 영향을 받을 이해관계자, 넓게는 정부가 뭘 하는지 알 권리가 있는 모든 국민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금융당국의 금리 시그널입니다. 기준금리 오르내림 여부와 그 폭은 미시·거시경제는 물론 내수·외수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이나 인하, 동결을 단행하기 전에 금리 향방에 대한 언질을 줍니다. 시장이 급격한 금리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국정운영의 수장인 대통령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가파른 가격 상승세로 국민을 신음하게 한 부동산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이런 부동산 문제를 두고 2021년 1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주택 시장에 상당한 공급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보냈던 시그널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2023년부터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증가에 방점이 찍힌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도 지난달부터 시행됐습니다.
 
최근 정부의 시그널을 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문제가 있습니다. 난방비 급등입니다. 전달보다 크게 오른 지난해 12월분 난방비 청구서는 올해 설 연휴 밥상머리 최대 화두가 됐고, 원성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해결책 논의와 함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정부는 난방비 사태의 원인이 전 정부의 시그널 전송 실패에 있다고 봤습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국제가격이 오르면 국내가격도 맞춰줘야 가계와 기업이 준비할 수 있고 정부도 지원책을 강구할 수 있는데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미뤄 국민과 기업이 난방비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가격이라는 게 경제활동 시그널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데, 그 가격 시그널을 제때 주지 못했던 게 큰 패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리 난방비는 국제유가에 연동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 수석의 발언은 전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을 미룬 탓에 이번 정부가 정상화한 가스요금이 올겨울 가스 사용량 증가와 겹쳐 ‘요금 폭탄’으로 비화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 정부도 제때 시그널을 주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전 정부에서 반영하지 않은 요금 상승분을 반영했을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예측 가능한 정보 제공에 실패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가스요금을 4차례에 걸쳐 38% 넘게 올렸습니다. 이 시점에서도 난방비 충격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일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난방비 추가 인상을 2분기 이후로 미루고 취약계층 구제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 또한 ‘난방비 대란을 해결할 테니 걱정마시라’는 시그널의 일종일 겁니다. 현 정부의 주장대로 전 정부의 실책이 얼마나 있든, 국민이 책임을 묻는 대상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현 정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정부 때리기가 만사형통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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