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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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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상급지 갈아타기)경희궁자이, 거래 없으면 하락도 없다?

고점 대비 10%대 하락…16.9억 실거래 잡히면 달라질까

2023-02-16 02:30

조회수 : 13,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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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모두의 관심은 강남 아파트에 쏠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강북에도 눈여겨볼 단지들이 있습니다. 
 
특히 ‘사대문안 대장’을 넘어 ‘강북대장’이라고 불리는 경희궁자이를 탐내는 수요자들이 많습니다. 서울 강북의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우면서 2000세대가 넘는 준공 10년 미만의 대단지는 이곳밖에 없으니까요. 이름처럼 경희궁 옆에 아파트를 지었죠.
 
경희궁자이는 도심으로 출퇴근하기에 매우 좋은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광화문, 시청 근처에서 근무한다면 집에서 직장까지 운동 삼아 걸어 다녀도 될 만한 거리입니다. 5호선 서대문역이 코앞이라서 마포, 여의도도 멀지 않고, 도보 5~10분 거리에 있는 3호선 독립문역을 이용하면 강남권 출퇴근도 가능합니다. 통일로 변에 있어서 주요지역으로 향하는 버스노선도 많아요. 교통 여건이 좋은 편이죠.
 
땅값이 비싸서인지 근처에 대형할인마트가 없어요. 간다면 서울역 롯데마트가 그나마 가까운 편이겠군요. 하지만 기업형 슈퍼마켓(SSM) 수준의 하나로마트가 단지 상가에 입점해 있으니까 웬만한 것은 여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걸로 부족하다면 아파트단지 바로 건너편에 영천시장도 있습니다. 저렴하게 장보기 좋겠죠. 
 
3단지 옆이 강북삼성병원, 적십자병원이고, 단지 근처에 학교도 많고, 서대문경찰서가 지척이라 치안도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대장’이겠죠. 
 
5호선 서대문역에서 가까운 경희궁자이 3단지. 덕수초등학교로 배정받아서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경희궁자이의 대표격인 2단지. 지대가 높아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사진의 오른쪽 2열 동들이 가장 인기 있어요. (사진=김창경 기자)
 
독립문역사거리에서 바라본 경의궁자이 4단지. 전용면적 45㎡ 이하 소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2단지 선호도↑…초등생 부모는 3단지
 
경희궁자이는 4개 단지, 총 2533세대로 이뤄져 있어요. 행정동으로는 서울 종로구 교남동인데 1단지는 행촌동, 4단지와 2단지 일부는 교북동, 2단지 대부분은 홍파동과 송월동, 3단지는 평동에 걸쳐 있습니다. 한 아파트가 5개 동에 걸쳐 있는 경우도 드물 것 같습니다. 
 
다만 1단지는 임대주택이고, 4단지는 소형 평수로 이뤄진 182세대 작은 규모이다 보니 ‘경희궁자이’라고 하면 주로 2단지(1148세대)와 3단지(589세대)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곳이 준공 시기도 2017년 2월로 같고 시세도 비슷합니다.
 
그래도 수요자의 선택은 뚜렷하게 나뉩니다. 서대문역과 가까운 3단지는 주로 초등학생을 둔 젊은 부부들이 선호합니다. 덕수초등학교에 배정되거든요.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는데 스쿨버스가 운행됩니다. 1단지, 2단지, 4단지 아이들은 독립문역 쪽 독립문초등학교로 갑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중학교는 인창중, 대신중, 창덕여중, 고등학교는 대신고, 이화여고, 이화외고 등으로 갑니다. 전반적으로 학교는 괜찮은데 학원가가 멀다는 게 흠이에요. 중고등생들은 신촌 대흥동과 목동 쪽 학원가로 다닌다는군요. 부모가 승용차로 ‘라이딩’을 하거나 학원 셔틀, 지하철을 이용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불편하죠.
 
그래서 이곳도 자녀가 중학생이 될 무렵에 학원가 근처로 이사했다가 대학에 입학하면 돌아오는 패턴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주 만족도에 비해 학군이 약한 단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2단지 주민들은 3단지보다 평균 연령대가 높습니다. 세대수도 많고 단지 조성도 잘 돼 있거든요. 단지 내부 조경도 다른 곳과 비교될 정도로 좋습니다. 소나무가 식재된 중앙로를 따라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데 이용도가 높아 보입니다. 한낮에도 단지 내 카페와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아요. 
 
그래서 2단지와 3단지의 시세가 비슷하다고는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차이가 납니다. 일단 두 단지 모두 국민평형(전용면적 84㎡형)의 호가는 현재 19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습니다. 3단지와 2단지 도로변 라인(201~205동)의 19억원은 강하지 않은 가격입니다. 협의를 잘하면 수천만원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전세를 낀 17억9000만원 매물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2단지의 2열에 해당하는 206~209동 시세는 강한 19억원입니다. 도로변 1열보다 지대가 높아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도, 중앙로 전망에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안고 있는 라인이어서 경희궁자이 중 가장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가격 조정이 어려워요. 물론 호가가 더 높은 20억대 매물도 있습니다.
 
2단지 중앙로의 조경. (사진=김창경 기자)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중 하나인 카페. 낮시간에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16.9억 실거래, 변화 불러올까?
 
그렇다면 19억원이 과거 시세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거래가 너무 적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올해 실거래가 기록은 없습니다.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단지에서는 작년 3월 국평이 19억9000만원, 5월 22억2500만원에 거래된 게 전부입니다. 그 외 전용 101㎡형 거래가 1건 더 있었고요. 2021년엔 10월에 22억1800만원 거래가 마지막이었네요. 3단지는 젊은 부부가 많아서인지 그래도 국평은 4건 거래됐네요. 작년 4월에 23억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9월에 18억9000만원 실거래가 나온 것이 눈길을 끕니다. 
 
결국 최고가 기록을 제외하면 하락률이 15% 정도에 그친다는 말인데, 다른 주요지역 낙폭에 비해 온도차가 큽니다. 
 
다만 세대수에 비해 거래량이 많지 않아서 저가 거래가 출현할 경우 호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아직 국토부 실거래 통계엔 반영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최근 16억9000만원에 성사된 계약이 있었다고 합니다. 16억원의 대출이 끼어있어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외지인이 잡기엔 부담이 큰 물건이었다는군요. 
 
특별한 물건이었다고 해도 뚝 떨어진 가격이 나올 경우 분위기는 조금 변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현지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매물이 사라져 오히려 시세가 안정될 거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실거래가 기록 이후가 중요해 보입니다. 
 
변동성이 커진 시기를 기회 삼아 경희궁자이를 찾은 수요자들은 가격을 확인하고 실망할 것 같습니다. 19억원이면 선택지가 많아서 고민할 만합니다. 지역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잠실 등 강남권 도전도 가능하죠. 강북 대장이 계속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로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경희궁자이 2단지. 2층 높이 상가 위에 조성돼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됩니다. 1열 동은 개방감이 좋지만 소음은 감수해야 합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통일로를 사이에 두고 경희궁자이와 마주하고 있는 독립문 영천시장. (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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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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