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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북, '존귀한' 표현 김일성 3대에만 썼다"…"김정은 없으면 군부가 김주애 따를까"

[논쟁]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2023-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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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벌써 7차례나 됩니다. 북한은 김주애에 대해 “존경하는”, “존귀한” 등의 극존칭을 씁니다. ‘김주애 후계자’ 논쟁이 뜨거운 배경입니다.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소장과 “현재로선 김주애를 후계자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를 통해 논쟁의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소장
 
“김일성·김정일 시대로 김정은 시대 보면, 오독”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소장 
-정 소장께서는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적극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떤 근거인가요
 
저는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봅니다. 아직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어 권력을 이양받고, 직책을 맡을 단계는 아니잖아요. 이제 앞으로 성인이 된 다음에 약 10년이 지난 후에야 후계자라는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지금은 후계자로 내정돼 후계 수업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내정이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보는 주된 이유는 북한이 김주애에게 ‘존귀한’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존귀하다’는 표현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이 세 사람에게만 썼습니다. 숭배의 표현인 겁니다. 단순히 백두혈통이라고 ‘존귀하다’는 표현을 쓰지도 않아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에게는 ‘존귀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군 간부들에게도 안 쓰는 표현을 김주애에게 썼다는 것은 후계자로 간주했다는 거죠. 심지어 열병식에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신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상무위원들은 서열이 5위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모신다’는 표현을 쓴 겁니다. 윗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국정원은 지난 1월 6일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아직 이른 판단”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간접적으로 알도록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수십 년을 북한을 봐 온 정부가 해석을 못하면 심각한 겁니다. 
 
-만약 김주애가 커서 실제 후계자가 된다면 그가 결혼한 뒤 김씨 혈통이 바뀌게 되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세습을 두고 너무 멀리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가부장적 사회라고 하지만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결혼한 뒤 곧바로 리설주 여사를 공개했습니다. 비밀주의를 고수해 끝까지 배우자를 공개하지 않은 아버지와 달랐지요.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게 사실상 2인자에 해당하는 파워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도 이제 젊은 세대로 갈수록 여성 당원의 진출이 빠릅니다. 이런 변화는 김 위원장이 서구사회에서 4년 반 동안 유학생활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아사자도 속출하고 있다고 하고, 미국과 관계에서 오는 안보 불안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정세상 후계 구도를 전면화하기에 맞지 않다 의견도 있습니다. 
 
우선 아사자 문제의 경우 전국에서 대규모로 나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의도가 작용했을 거라고 봅니다. 김 위원장의 경우 만 8세가 됐을 때 후계자로 내정됐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최측근들에게만 이 사실을 알려서 간부 대부분이 몰랐어요. 그래서 김정은은 아버지로부터 후계자로 내정을 받고도 다른 사람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억측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됩니다. 만약 김정일이 내정 사실을 드러냈다면 김 위원장은 권력승계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일찍 공개하고, 경제·민생 현장 등에 데리고 다니면서 ‘똑똑히 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로 김정은 시대를 보면 오독하게 됩니다. 
 
임출을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주애 결혼하면, 백두혈통 5대 세습 깨지는데…”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합니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 혹은 지명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너무 부족합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이후 4대 권력 세습을 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주의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새로운 역사입니다. 때문에 김주애는 단순히 백두혈통이어서가 아니라 아버지 김 위원장을 뛰어넘는, 우리의 안보와 번영을 이끌 통찰력·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인민들로부터 그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그 권력은 오래갈 수 없어요. 김주애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우리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김주애가 10대라, 아직 통찰력이나 능력을 보여주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후계기간이 굉장히 짧았는데, 그 반면교사로 일찍부터 준비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주애도 후계자 중 한 사람으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다만, 북한은 ‘내 자식이니 후계자로 삼는다’는 게 통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군대 중심의 사회입니다. 아버지 김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군부 실세들은 김주애를 후계자라고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여성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북한은 가부장적 문화가 강해서 여성 지도자가 지속가능한 권력을 행사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만약 김주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식은 남편의 성씨를 따를텐데, 그럼 백두혈통으로 5대 세습이 어려워집니다. 
 
정세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첨예한 대결을 벌이면서 안보 위기가 고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식량난도 있습니다. 농업 문제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2개월여 만에 다시 개최해야 할 정도로 민생 경제도 좋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내정한다는 것은인민들에게는 ‘자기 권력만 챙긴다’고 비칠 수 있습니다. 이민위천(인민을 하늘처럼 섬긴다) 이념을 가진 김 위원장이 북한 민심을 고려한다면 지금 내정하는 건 성급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김주애가 군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우고 가운데 앉은 장면과 이른바 김주애 우표, 존경하는이나 존귀한 등의 표현, 열병식의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 사랑하는 준마”등을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 군 장성 숙소 연회 장면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을 향한 충성을 보인 겁니다. 현재 김 위원장은 식량난 등 경제적 문제가 있음에도 미사일 생산에 집중하는 이유를 인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때 군 행사, 민생 경제 현장에 김주애와 함께 해서 ‘내 자식을 아끼는 것처럼 당신들의 미래세대를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겁니다. 일종의 정치 선전 장치 중 하나입니다. 김 위원장은 여론을 지켜보고 김주애를 계속 등장시킬지 여부를 판단할 거라고 봅니다. 
 
-국정원은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고 권 장관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회색지대에 넣는 게 맞다고 표현했습니다.
 
권 장관의 발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라, 어느 한쪽 방향으로 현재 단정하면 안 된다는 저의 주장과 맥락이 같은 겁니다. 김 위원장에게 다른 자식들이 있으니 상황에 따라 후계자가 될 수도 있고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까지 회색지대에 두고 관찰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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