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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북한 고체 ICBM, '계묘늑약' 덮을 것인가

적대적 공존은 계속된다

2023-03-10 06:00

조회수 : 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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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연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의 감독은 미국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발표안을 내놓은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각각 “역사적”, “획기적”이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당시 미국은 한밤중이었음에도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모두 성명을 내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연 윤석열-감독 바이든·블링컨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발표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한미일 삼자관계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통비전에 핵심적”이라면서 "이게 바로 내가 다른 국무부 고위 동료들과 함께 이 중차대한 협력관계에 그 많은 시간을 들이고 집중한 까닭(which is why I, along with other senior Department colleagues, have invested so much time and focus on this critical partnership)"이라고 생색을 낸 겁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 발표 뒤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항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례없는 속도의 재편성"이라고 규정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 1년간 한미일 외교관들이 40차례 이상 만났다고 소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미국 정계의 거물인 그는, 한일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결 협상을 본격적으로 벌이던 지난 해 12월에 방한해 박진 장관을 비공개 면담한 바 있습니다.
 
미 국무 “내가 그 많은 시간 들인 까닭”…주일 미 대사 “한미일 외교관 지난 1년 간 40차례 이상 만나”
 
미국은 앞서 문재인정부에게도 이 문제 해결을 종용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외교1차관으로 한일관계를 담당했던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 정부 때에도 미국이 화해해라, 빨리 이 문제 해결해라라고 하는 이런저런 시그널이 많이 왔고요. 제 개인적으로도 받았죠"라고 밝혔습니다.
 
이매뉴얼 대사가 말했듯이, 그리고 CNN이 "미국이 태평양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용이해졌다"고 보도한 것처럼, 미국은 중국 봉쇄를 위한 큰 퍼즐 하나를 맞춘 셈입니다. 이는 한국이 북핵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미일 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 보면, 2패 뒤 재도전인 셈입니다. 2012년에 처음 추진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밀실 협정 비판 끝에 좌초하면서 당시 이를 주도한 김태효 청와대 기획관까지 낙마했고, 결국 2016년 타결됐으나 문재인정부에서 효력정지된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였습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막후협상 끝에 타결됐으나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면서 박근혜정부를 위기에 몰아넣었고, 사실상 파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한국의 일방적 발표로 끝내버리는 ‘신공’을 발휘했습니다. 미국이 얼마나 기뻤으면, 바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이라는 꽃다발과 함께 말입니다.
 
북한군이 지난 2월 18일 북한 평양국제비행장에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효, 2020년에 "안보문제 가장 긴밀한 파트너는 미국과 일본이 돼야" 예고
 
다음 무대는 한일 군사동맹과 이를 통한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외교안보분야 핵심인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이미 2020년 7월에 쓴 <한미일 안보 협력 말고 다른 길은 없다>칼럼에서 "국가 존립이 걸린 안보문제에서 한국의 가장 긴밀한 파트너는 미국과 일본이 돼야 한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의중을 한국에 적극 대변해온 빅터 차 교수는 앞으로 "한미일은 3국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8일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정부에 핵 억지력 관련 새로운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종건 전 차관은 "결국은 한미일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군사적인 영역으로 확실히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북한이 이를 보고만 있을 리 없습니다. 이달 13일 시작하는 대규모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군사훈련에 맞서 핵과 재래식 결합 대규모 훈련, 신형 고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미 지난 7일, 북한이 태평양상으로 ICBM을 발사하면 격추하겠다는 미국에게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예고하지 않았습니까?
 
이같은 한반도 군사적 위기 고조 상황은, 일본과 밀착하는 윤석열정부의 정치적 명분을 강화해줄 것 입니다. '계묘늑약'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 안보 위기로 덮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바이든 감독, 윤석열 주연에 북한이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한 형국입니다. 절묘한 적대적 공존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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