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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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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지표 디벼보기)한파 뚫은 분양단지 '결국 가격'

분양가 매력 있으면 서울·지방 상관 없어

2023-03-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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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최근 서울 주요 아파트 분양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양시장으로 쏠리는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분양시장에서 시작된 훈풍이 전국 부동산을 녹여주길 바라는 마음도 크겠죠. 다만 매력적인 분양가를 내세우거나 투자수요가 뒷받침된 주요 단지에서만 완판이 나오고 있어 타깃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일 기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8일까지 전국에서 일반분양을 진행한 59개 아파트 중 청약경쟁률 미달인 곳이 절반을 넘는 32개 단지였습니다. 이 경쟁률은 1순위 해당지역은 물론 2순위 기타지역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입니다. 
 
분양세대수보다 많은 청약통장이 들어온 단지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8개 단지에 불과합니다. 두 자릿수 경쟁률이었던 단지 중에도 미계약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00일 분양시장의 체감온도는 그만큼 차가웠습니다. 
 
분양 한파에도 가격 좋으면 완판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분양인 올림픽파크포레온입니다. 12월5일부터 8일까지 청약 접수를 진행했으나 2순위 기타지역까지 더해도 신청 건수는 2만건을 조금 웃돌았습니다. ‘10만 청약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자 전국 분양시장은 물론 부동산시장 전체가 얼어붙었습니다. 
 
같은 시기 분양에 나섰던 장위자이레디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2순위를 포함, 5배수의 청약자를 모았지만 결국 대규모 미분양으로 이어졌습니다. 5대 1을 넘나드는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 이러면 미달 단지는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 완판으로 이어진 곳이 있습니다. 둔촌주공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분양에 나선 강동헤리티지자이는 전용면적 59㎡형 106세대만 분양했는데도 1순위만 5723명이 청약에 응했습니다. 
 
강동헤리티지자이의 성공 비결은 저렴한 분양가에 있습니다. 같은 평형을 8억8000만원에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지켜본 청약자들은 강동헤리티지자이의 6억5485만~7억7500만원 분양가가 저렴했을 겁니다. 지역도 비슷하니까요. 
 
일주일 뒤 청약접수를 진행한 부산의 남천자이도 57세대 모집에 3000개가 넘는 통장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강동헤리티지자이와 달랐습니다. 높은 경쟁률로도 미계약이 나왔습니다. 
 
남천자이는 부산 삼익타워를 재건축하는 아파트입니다. 분양가는 부촌의 대명사 마린시티보다 비싸게 책정했습니다. 전용면적 84㎡형의 분양가가 10억원을 웃돌았고 광안대교 뷰는 13억원을 넘었습니다. 화제성 때문인지 경쟁률은 높았는데 아무래도 차갑게 식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계약을 망설일 수밖에 없겠죠. 후분양단지인 탓에 단기간 내 목돈이 필요하고 2년 이상 여유를 갖고 지켜볼 수 없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결국 무순위 청약까지 갔습니다. 
 
 
창원 사화공원 롯데캐슬포레스트도 1블록, 2블록으로 나누어 진행한 청약에 각각 1만3000개가 넘는 청약통장이 모였지만 미계약분이 나왔습니다. 500만원을 입금한 순으로 2월10일부터 사흘간 동호수 지정계약을 하고 나서야 완판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청주복대자이더스카이는 강동헤리지티의 경우와 비슷하죠. 84㎡형 분양가가 4억1000만원대였는데 근처 신영지웰시티2차보다 7000만원에서 8000만원 정도 저렴하거든요. 지난 7일 정당계약 접수를 마쳤는데 과연 미계약분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소량이 나온다고 해도 ‘초피’(분양권 전매 초기의 프리미엄) 주고 사겠다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소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에코델타시티푸르지오린도 84㎡A 분양가가 거의 5억4000만원입니다. 이곳이 청약을 받기 며칠 전에 ‘줍줍’ 계약을 진행한 인근 에코델타시티푸르지오센터파크 분양가는 5억원 미만이었습니다. 
 
이처럼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분양을 진행한 단지들을 보면 흥행성적은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가리는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직 개별 단지의 상품성과 입지 대비 분양가 매력도에 의해 성적이 좌우됐습니다. 또한 경쟁률이 높았어도 가격이 비싸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실수요자 ‘분양가’, 투자자 ‘이름값’에 집중
 
이런 분위기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1.3대책 발표 후 각종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미분양 단지에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1, 2순위 예비당첨자 계약 단계에서 완판에 실패한 후 곧바로 무순위 선착순 계약에 돌입했습니다. 1월28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은 많았던 잔여 물량을 소진하며 성공했습니다. 
 
장위자이레디언트의 성공은 2월에 진행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무순위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며칠이 더 걸렸지만 이곳도 3월에 들어서며 완판에 성공합니다. 
 
두 단지의 완판은 1.3대책 하나로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정부의 지원 의지를 확인한 후 잠실 등에서 바닥을 찍은 후 반등 중인 상황이 실거래가로 확인됐습니다. 마침 금융시장에서는 긴축 완화 전망이 잇따랐고 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에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이런 변화가 ‘주변에 비해 비싸지 않은 분양가’로 몰린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며 시중 유동성이 감소했으나 은행권으로 흘러간 돈은 언제든 뛰쳐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대기성 자금입니다.
 
이런 변화가 영등포자이디그니티 분양과 올림픽파크포레온 무순위 청약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에 나섰던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모든 평형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고 경쟁률은 59㎡A로 18세대 모집에 1순위 해당지역만 4558건이 청약접수했습니다. 가장 낮은 경쟁률의 84㎡B타입도 71.72대 1입니다. 
 
일반분양 세대수가 적어 경쟁률이 더 올랐지만, 청약 전부터 견본주택에 몰린 인파를 보면 달라진 분위기를 미리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목동과 여의도 사이 양평역 역세권의 11억6000만원대 분양가(전용 84㎡형)는 바로 옆 중흥S클래스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가격입니다. 
 
8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소형 평형(29㎡·39㎡·49㎡형) 무순위 청약엔 4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렸습니다. 1.3대책 후 추가 완화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분양가를 할인해준 것도 아닌데, 그땐 외면받았지만 이번엔 대단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전국 단위 청약이지만 가족이 살기엔 좁은 소형평형이란 점을 감안하면 투자목적의 청약이 주를 이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분양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은 매력적인 분양가를, 투자자는 경쟁력 높은 입지에서 납득할 만한 분양가를 내건 이름값 있는 단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분양시장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지만 나머지 많은 단지는 여전히 미분양으로 고전 중입니다. 청약을 준비 중이라면 목적에 따라 타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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