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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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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이슈&이슈)에스엠, 차라리 공매도를

한진칼, 지분싸움 종료 후 추락 '타산지석'

2023-03-11 02:00

조회수 : 9,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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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에스엠은 최대주주 자릴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불안합니다.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지분경쟁이 마무리된 다음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에스엠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공매도 쪽의 승산이 더 높은 시기라고 지적합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14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7일엔 15만원에 바싹 다가섰다가 이튿날 바로 15만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당시 주가 흐름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9일과 10일에는 조정받으며 다시 15만원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지분 확보 싸움이 계속되는 한 주가는 지금처럼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이브가 인수가를 높여 추가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15만원을 안전마진 삼아 적극 매매에 참여하는 투자자와, 양측의 승부가 결정된 후의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자입니다. 
 
지분싸움 아니라면 15만원 비싸
 
현재 에스엠은 주가가 하락할수록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최소한 공개매수 시한인 26일까지는 세금 등을 차감한 적정선에서 강하게 버틸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개매수 차익을 노리고 14만원 후반대에 매수할 일반 투자자는 많지 않겠지만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차익거래를 하는 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가격에 매수에 뛰어든다면 하이브가 15만원 이상을 내걸고 추가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 예상해서일 겁니다.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럴지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물론 공개매수와 상관없이 에스엠의 가치가 15만원을 넘는다고 보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에스엠은 ‘SM 3.0’ 전략을 통해 멀티레이블 및 프로듀싱 시스템 도입, 아티스트 가동률 상승, 신인그룹의 빠른 데뷔, IP 수익화, 글로벌사업 확장. 카카오와의 시너지 전략 등을 내세워 올해 영업이익 16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M 3.0에 담긴 내용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전략이 실현된 경우에도 1600억원의 이익이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에스엠은 지난해 사상최대 영업이익(9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1년만에 70% 더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영업이익 1600억원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지금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시가총액 3조5700억원은 밸류에이션을 고평가해야 정당화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맨처음 시위를 당긴 얼라인파트너스 외에는 에스엠의 적정가치를 15만원 이상으로 보는 전문가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증권사들은 15만원 부근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어디까지나 경영권 분쟁 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지난달 하순에 나온 보고서의 목표가는 모두 그보다 낮았습니다. 
 
2월21일 하이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 에스엠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연동되겠지만 펀더멘털 격인 SM 3.0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목표가를 12만5000원으로 유지했습니다. 하나증권은 2차판권 매출의 정상화까지 어느 정도 반영해서 13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당시 카카오에게 배정했던 유상증자를 반영한 가격이므로, 유증이 취소된 지금 기준으론 13만원보다 높여야 합니다. 메리츠증권도 SM3.0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을 가정해서 산출한 목표가가 12만5000원입니다. 메리츠증권이 예상한 올해 영업이익(연결) 1165억원은 사측의 목표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카카오의 공개매수 발표 후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쩐의 전쟁’이 계속되는 한 투자자들은 콧노래만 부르면 되겠지만 그 다음도 대비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난 후엔 에스엠 주가도 미래 가치에 수렴할 테니까요. SM 3.0 등 새로운 비전이 회사를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을지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입니다. 
 
오히려 경쟁이 마무리되고 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슷한 사례를 한진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8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KCGI는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며 2대주주에 올라 경영권 분쟁에 불을 댕겼습니다. 2020년 3월 주총을 앞두고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합세해 조원태 회장 측과 박빙의 지분싸움을 벌였습니다. 
 
KCGI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2만원대에 머물렀던 한진칼 주가는 지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치솟기 시작해 2020년 4월에는 11만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 논란 끝에 승부는 막을 내렸고 주가는 2022년 9월 4만원선이 무너질 때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경영권 분쟁으로 생긴 거품이 꺼진 후 에스엠이 한진칼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차라리 공매도가 유리…대주거래 제약 많아
 
실제로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진 뒤부터 에스엠 거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에스엠 거래에서는 공매도 거래량이 10만주를 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9일엔 전체 거래의 7.8%가 공매도였습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이 발생합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거래가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외에도 주가가 공개매수가격을 넘을 경우 이를 차익 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가가 8~9일처럼 15만원 위에 머문다면 공매도 거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에스엠 주가가 지금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주식 매수보다 공매도 쪽에서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개인의 경우 기관이 하는 공매도와는 다른 대주거래로 접근해야 하는데 여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일단 주식을 빌리는 데 6% 이상 비용이 붙고, 빌릴 수 있는 기간도 60일로 짧습니다. 대주거래로 주식을 먼저 매도하고 두 달 안에 그만큼 매수해서 되갚아야 합니다. 즉 60일 안에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기관은 공매도 후 장기간 주가 하락을 기다릴 수 있는데 개인에겐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에스엠 주가가 결국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해도 언제일지는 알 수 없기에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격요건도 있어서 대주거래를 하려면 먼저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인공매도 사전의무교육을 받고 한국거래소에서 개인공매도 모의투자를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에스엠 대주가 가능한 증권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증권사들이 대주 가능한 주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입니다. 
 
현재 에스엠의 주가는 역사상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영역입니다. 실적이 그만큼 따라줄지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15만원 부근을 맴도는 지금 에스엠 투자는 주식 보유자의 영역이지 신규매수를 넘볼 상황은 아닙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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