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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가사, 말 한마디 이토록 신중한 음악가 이승윤

2023-03-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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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이승윤. 사진=마름모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싱어송라이터 이승윤(35).
평소 가사 한 소절, 제목 한 단어조차 신중하게 고르는 음악가라고 생각해왔는데, 인터뷰 때의 말 한마디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앨범의 통일성을 제가 부여했다 하면, 더 멋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고요. 그보다는 제 앨범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줬으면 하면 바람인 것이지요."
그는 "이렇게만 해석돼야 합니다, 는 제가 선호하는 창작 방식은 아닌 거 같다"면서 "어떤 면으로든 듣는 분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다"고 질문의 끝 마다 신중하게 붙였습니다.
보통 음악가들은 자신이 명확하게 추구하는 방향성을 이야기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기사의 제목에 반영되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습니다. 
"저번에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하다가 국악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제 의도가 조금 잘못 전달이 된 것 같아요. 그간 국악기를 대중음악에서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 적이 저는 없습니다. 비틀스가 시타르를 자신의 앨범에 활용했던 것처럼, 새로운 소리에 대한 열망은 늘 있는 편이고, 국악기도 그런 매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얘기했던 게 전부입니다."
이번 앨범 '꿈의 거처' 역시 청중들에게 박제된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싫다고. 
"꿈, 꿈, 꿈하는데, 사실 저도 꿈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고요. 현실 사회에서 꿈을 꾸고 쫓아간다는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 허용해주지 않음이 허용되는 거 같아요. 꿈을 가지세요 하는 건 폭력적인 거 같이도 느껴져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수도 있고, 꿈이라는 건 늘 우연과 운을 동반하기도 하니까요."
창작자로서의 마인드는 늘 '씨앗을 심는 사람' 정도라고. 
"저는 씨앗을 심는 사람이고 가지나 열매는 함께 하자, 이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제 씨앗으로 여러 분들이 고민해서 만들어주시는 걸 함께 구현하고 싶어요."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밝게 웃는 그가 더 승승장구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인디와 메이저 경계를 허무는, 진정으로 가사를 쓰는 이런 음악가들이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천편일률을 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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