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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노동자들은 갸웃하는 노동개혁

2023-03-14 18:08

조회수 :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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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일 노동개혁을 외치며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꾀하고 노동자들에게 선택권을 확대해 노동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입법예고를 보면 기존 최대 52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했지만 개편을 통해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또 퇴근 후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이 담겨있습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공감하는 이들은 드문 것 같습니다.
 
'바쁠 때 혹사당하다 일감이 없으면 쫓겨나는 거 아니냐', '11시간 연속 휴식이 아니라 13시간 연속 노동'이라는 우려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또 고용당국은 휴가 사용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추가 근로시간을 누적해 연차 휴가에 더해서 휴가를 길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MZ세대는 권리의식이 굉장히 높아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며 "근로시간 연장 악용 시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쉬고싶을 때 쉬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가 더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의 우려가 헛된 것이 아님을 방증하듯 과로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반발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추진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노동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고 입을 모읍니다. 장시간 노동의 관행화를 없애도 모자랄 판에 합법적으로 과도한 노동을 강요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노동개혁이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외면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부디 노동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진짜 노동개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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