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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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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가 한일전에 시구한 이유는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한일전 시구…일본 대승에 지지율도 급상승

2023-03-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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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13대4로 일본 대표팀에 처참히 패배했습니다. 바로 전날 호주전에 8대7로 충격패한 데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는데요. 앞서 일본이 역대급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고 전한 바 있는데요. 역시 한일 간 실력 차가 확실히 드러나는 경기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전 시구자로 나섰다는 점인데요. 기시다 총리가 일본의 첫 경기가 중일전이었음에도 한일전 시구자로 나선 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통상 일본의 총리라면 두 번째 경기보다는 첫 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게 일반적인 행보니까요.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일본과 대한민국의 경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일전 시구에 나선 배경에 앞서 기시다 총리의 야구 사랑은 대단합니다. 고교 시절 야구부 활동을 했고,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히로시마의 홈팀인 '히로시마 카프'의 팬으로도 유명합니다. 기시다 총리의 고향에 대한 애착도 강한데, 부산의 야구팀하면 '롯데 자이언츠'이듯 '히로시마 카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2016년 외무상이었던 당시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홍보하기 위해 히로시마 카프 경기에서 시구할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기시다 총리의 야구 사랑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시구 경기 선택은 한일전이었고, 일본의 첫 번째 경기인 중일전에 나선 시구자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을 16강으로 이끈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국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한일전 시구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날인 6일 이전에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야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우리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을 확인하고 '한국 측이 국내를 설득해 이 안을 발표한다면 일본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후 지난 6일 우리 정부가 해결책을 발표한 것인데요. 기시다 총리의 한일전 시구가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한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차원의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보입니다.
 
절반이 넘는 일본 국민들도 이번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이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의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57.1%였습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33.3%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이번 문제를 일본 외교의 완승으로 평가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서고 싶지 않았을까요.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나'라고 자신있게 일본 국민들에게 알리며 등장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러한 무대로 한일전 시구는 여러모로 안성맞춤이었죠.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한일전 시구 이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일본 공영 NHK방송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10~12일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대비 5%포인트 상승한 41%로 나왔습니다. '지지하지 않는다' 응답률은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40%였습니다. NHK방송은 7개월 만에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돌아섰다고 전했습니다. 한일전 시구에 이어 일본의 대승, 'WBC 효과'를 톡톡히 본 기시다 총리였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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