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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해리 스타일스는 한국에서 '갓해리'

2023-03-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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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타일스. 사진=뉴시스 AP
 
'갓' 해리. 이제 영국 출신 세계적인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29·Harry Styles)는 한국에서 올 때만큼은 이 별명으로 불리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 데뷔 12년 만에 한국 땅을 밟고 연 첫 내한 공연 '러브 온(Love On)'을 연 스타일스의 공연이 막바지에 달하던 때. 아주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노래 도중 객석에서 건네 받은 한국 전통 고유의 갓을 해리스타일스가 머리 위에 얹은 겁니다. 객석에서 연신 "진짜 갓해리네" 하는 웅성거림과 웃음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이날 해리 스타일스와 무대 아래 관객들은 거의 동일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로 MZ세대들이 많았는데, 분홍 의상이나 스타일스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주 두르는 깃털 목도리들 두른 기상천외한 관객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 리스 패션'의 선구자가 팝계에선 꾸준히 자주 나오는데, 최근에는 해리 스타일스에 대한 주목도도 높습니다. 팬들 역시 이날 공연을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통상 세계 팝스타들은 한국 관객들의 2가지 모습에 놀랍니다. 첫째는 돔이 날라갈 듯한 떼창. 이날 무대에 선 스타일스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관객들의 제창에 넋을 잃은 표정을 보인 적이 한 두번이 아녔습니다. 심지어 세계적인 메가 히트곡 'As it was' 때 돔을 타고 울리는 거대한 파도소리 같은 함성 메아리에 노래를 부르다 말고는 감격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더군요. 
대체로 팝스타들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일본을 경유해 오기 마련인데, 일본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탓에 한국 관객들의 함성소리를 두고 "CRAZY(미쳐있다)"는 단어로 늘 설명하곤 합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의 입김이 좀 세긴 센가 봅니다.
두번째로 놀라는 것은 관객들 특유의 언어유희와 놀이문화입니다. 2018년, 10월 10일 한글날에 고척돔에서 공연한 샘 스미스는 한글로 '심희수'라 적힌 한국 전통 부채를 들고 요염한 포즈로 인사하는 모습의 영상을 찍어올렸습니다. 이날 스미스의 음반 유통을 담당하는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주도로 열린  '한글 이름 지어주기 대회'에서 낙찰된 이름이 마음 심, 기쁠 희, 빼어날 수의 심희수였던 겁니다. 영국 출신 팝 뮤지션 미카(MIKA)는 이름과의 유사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김믹하'로 불렸고,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스의 글자를 우리말로 해석해 '쌀집 아저씨'란 별칭으로 불립니다. 
그렇게나 많이 손키스를 하고 그렇게나 많이 땡큐를 외치는 팝스타는 스타일스가 처음이었습니다. 데뷔 12년 만에 한국 땅을 처음으로 밟은 '갓 해리', 다음에는 일정 길게 잡고 한국을 찾아, 도포자락 휘날리며 막걸리에 전을 먹는 갓해리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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