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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피프티피프티가 K팝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2023-04-14 21:06

조회수 : 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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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K팝 업계 전체가 술렁였을 겁니다. 미국에서 별다른 현지 홍보 활동 없이 빌보드 '핫100'에 곡 'Cupid'을 쏘아올렸으니까요. 그것도 중소기획사 출신의 신예 걸그룹이 데뷔 4개월 만에.
 
무엇보다 숏폼 기반 콘텐츠가 자생적으로 제작된 흐름이 성공 요인에 가장 주효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중에서도 틱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페드업 버전'의 곡, 그러니까 빨리감기를 한 듯이 곡 속도를 높인 음악이 일상 생활, 창의적인 안무들과 결합해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틱톡에 들어가보면, 피프티피프티의 안무가 아닌, 글로벌 청자들이 직접 짠 안무들을 따라하는 흐름들이 눈에 띕니다. 곡 내용에 맞춰 두 손을 이용해 하트를 반으로 가르고 다시 붙이고 하는 모습들은 피프티피프티가 보여준 안무와는 좀 다릅니다. 그러니까, 이 곡을 들은 청자들이 직접 크리에이터들이 되어서 곡 가사에 맞게 안무를 새로 짜고 유행시킨 겁니다.
 
수백만, 적게는 몇만 단위의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노래를 가지고 놀면서 이런 현상을 만들어버린 겁니다.
 
대형기획사 주도의 K팝 가수들이 활용하던 전략은 그간 어땠냐 하면 완전 반대였습니다. 일단은 곡을 내고 그 곡에 맞는 포인트 안무들을 틱톡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아이돌 가수의 홍보 영상'이라는 인식이 박힌 영상들이 창의적으로 뻗어갈리는 만무합니다. 심지어는 곡과 안무를 만드는 프로듀서들 중에는 손바닥 크기만한 스마트폰의 표준비(20:9)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작곡가나 안무가라기보다는 마케터인 셈이죠. 
 
어떻게 하면 뜰까 연구하는 음악은 너무나도 인위적이고 성공할리가 없습니다. 지나친 마케팅은 오히려 음악의 완성도를 죽일 뿐입니다.
 
이번 피프티의 사례는, K팝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면서 이룬 성공입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오히려 마케팅보다는 음악에 역량을 쏟아부은 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 작곡가인 애덤 본 멘저를 필두로 해외 작곡진들을 대거 기용해 K팝 버전의 도자캣('Say So'나 'Kiss me more'), 디스코 팝을 만들어 낸 점이 주효했습니다. 세련되며 몽글거리는 멜로디, 작위적인 악곡보다는 물 흐르듯 편히 흐르는 프리코러스 같은 요소들이 글로벌 해외 팝 메이킹 같은 인상을 준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어설픈 모방 사례들이 범람하지 않길 바랍니다. 피프티가 준 시사점을 요약하면 이와 같습니다. '기본인 음악부터 집중해라, 그리고 숏폼에 올라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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