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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당 절체절명 위기…원내대표 양강은 '눈치전'

당 쇄신책 놓고 후보들 제각각…선제 조처에 말 아끼는 양강 주자

2023-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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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익표 의원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른바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차기 원내대표 주자들의 부정부패 쇄신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두관(경남 양산을)·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은 공개적으로 돈봉투 의혹에 대한 직간접적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홍익표(서울 중구 성동갑)·박광온(경기 수원정) 의원은 아직 공식석상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데요. 원내대표 선거판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들이 의원들의 표심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쉽게 못건드릴 이슈”…소극적인 홍익표·박광온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범친명(친이재명)계인 홍 의원, 박범계 의원, 김두관 의원과 비명(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의원의 4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오는 28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는 다음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요.
 
최근 불거진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은 원내대표 사령탑 선거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애당초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관리·해소하면서도, 이에 따른 당의 내홍을 정리할 후보에 초점이 맞춰지는 양상이었는데요. 여기에 부정부패 논란까지 당 전반에 휘몰아치면서 새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더 많아지게 된 셈입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광온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돈봉투 의혹이 민주당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지만, 홍 의원과 박 의원은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송구스럽다”며 “사실관계를 잘 파악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당 차원에서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는데요. 탈당이나 선제 출당 등 강력한 조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번 의혹의 여파가 누구에게,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양강의 두 후보가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의 표심 공략이 핵심인 만큼 그간 의원들과 부지런히 접촉하며 ‘한 표’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 박 의원이 민감한 사안을 일부러 꺼내 들어 의원들의 변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런 의혹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도 “굉장히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후보들도 쉽사리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김두관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내가 해결사’…돈 봉투 전면에 세운 김두관·박범계
 
홍 의원과 박광온 의원과는 반대로 김 의원과 박범계 의원은 돈봉투 의혹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당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김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는데요. 그는 “환부를 도려내고 쇄신해야 한다”며 “숨기고 감추면 분열과 패배가 자명하다”고 적었습니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 이런 큰 위기가 없었다”며 “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 민주당 창당 이래 최악의 부패사건을 정과 의리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걱정할 때가 아니라 쇄신할 때로 부패와 구태, 내로남불과 내 편 감싸기가 당을 망치고 있다”며 “부패의 썩은 냄새를 씻고 강하게 당당하게 쇄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이런 과정에 김 의원이 앞장서겠다고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 사령탑에 출사표를 던진 날 후보 등록까지 마치며 선거전의 ‘복병’으로 등장한 박범계 의원은 아예 출마의 변으로 돈봉투 의혹을 앞세웠습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독립군처럼 활동하던 제가 오랜 고민 끝에 이제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했는데요. 
 
박범계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출마 계기에 대해 “돈봉투 의혹이 커다란 충격이었다”며 “민주당은 내부의 문제가 윤석열 검찰 독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면 더 독하게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검찰을 강하게 비판해 왔는데요. 이런 이력을 바탕 삼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견제하는 동시에 당 안의 문제까지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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