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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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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승계 공식 달라져

2023-04-27 11:49

조회수 : 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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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주총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벌 승계 방법이 더 은밀해졌습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지분 상속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예전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비상장사를 내부거래 등으로 육성해 상장시킴으로써 승계 자금을 마련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신주인수권부사채나 교환사채 등 총수일가에게 지분을 저가에 안기는 편법도 논란이 됐었습니다.
 
그런 게 총수일가 재판으로 법정 리스크화 되자 재벌은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따져보면 재벌이 찾았다기보다는 로펌이 대안을 마련한 것이죠. 로펌은 새로운 승계 시나리오를 설계해 재벌 측에 제안하고 일감을 수주합니다. 그 노하우가 쌓여 단단한 입지를 구축한 대형로펌이 더욱 위세가 커졌습니다.
 
상속세를 내려달라는 재계의 제안이 그나마 투명합니다. 해외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가세해 주가조작 등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상속 이슈 때마다 시장 교란 행위가 벌어질 것이 걱정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속세와 별개로 다뤄야할 문제입니다.
 
요즘 많아진 편법은 자사주입니다. 재벌 세대교체기에 이르러 자사주 교환 사례가 부쩍 많아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양자 회사간 자사주를 직접 교환하는 방법이 이슈화되자 계열사가 지분 투자하고 당사 회사는 조금만 교환하는 식의 우회로도 보입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시 자사주 부활이 논란이 되자 삼성, 현대차 등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했습니다. 국회에는 많은 자사주 규제 법안이 계류 중이죠. 그런 와중에 전기차 등 신사업 투자 명목으로 우호적인 회사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안이 늘고 있습니다. 사업제휴가 자사주를 교환해서만 가능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자사주 교환에 콜옵션 등 이면계약이 있다면 더욱 안전한 승계수단이 됩니다. 회삿돈이 총수일가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손쉬운 범법행위가 됩니다. 이런 와중에 자사주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단 1건도 통과되지 못한 것은 의아합니다. 여론 저항이 심한 상속세 인하보다 눈에 띄지 않는 자사주 활용이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자사주 규제 입법 방어에 재벌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됩니다.
 
재벌 승계 루트가 여기저기 탈이나 규제로 막힌 요즘에 자사주는 사실상 마지막 보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업들이 자사주에 매달릴 수밖에요. 요즘엔 자사주 상여지급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임직원에 지급하는 자사주 역시 우호주가 됩니다. 애초에 기업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산다고 공시합니다. 그러면 소각해야 본래 목적에 부합하게 됩니다. 자사주를 사면 무조건 소각하도록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원래 자사주는 문제가 많아 상법상 허용되지 않았던 제도이니까요.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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