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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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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충동구매의 대가

2023-05-04 18:42

조회수 :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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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미팅 '20세기 펭수' 전석 매진 변함無 흥행파워(JTBC)" "펭수, 세번째 펭미팅도 전석 매진...추가 공연 문의 쇄도(스포츠W)"
 
다음달 17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펭수 펭미팅 예매 전쟁은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예매 시작 시각인 2일 오후 6시에 접속했는데도 대기 번호 네 자릿수 밖으로 밀려난 뒤 실패를 직감했습니다. 정확히는 6시 2분이었지만 정각에 누른들 결과가 달라졌을까 싶습니다.
 
2일 충동 구매 참사가 벌어진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2층 펭수 팝업 스토어. (사진=이범종 기자)
 
아쉬운 마음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펭수 팝업스토어에서 딱 하나만 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귀엽고 필요해보이는 물건이 어찌나 많던지요. 어느새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 사이 모르는 아저씨가 다가와 사탕 대신 펭수 얼굴이 찍힌 생수를 건넸습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 관계자였습니다. 옥스팜은 지난해 12월부터 EBS와 손잡고 펭수 팝업스토어에서 후원자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수년째 국경 없는 의사회와 유엔 난민기구에 후원해온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현장 후원자에게 주는 펭수 쿠션이 시중에서 파는 제품보다 훨씬 크고 귀여웠습니다. 결국 후원 신청서에 이름 적고 쿠션을 받았습니다.
 
계산대 앞에서는 '삑' 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이상해서 보니, 이것도 저것도 다 제가 고른 게 맞았습니다. 영수증에 찍힌 돈은 14만8900원. 제가 쓴 돈 맞습니다.
 
펭수 얼굴이 새겨지는 토스터, 머그컵, 물티슈, 카세트 테이프처럼 만든 마스킹 테이프, 철제 상자, 어머니께 드릴 마스크팩까지. 필요한 물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도 제법 있었습니다.
 
어깨와 팔을 짓누르는 팬질의 무게를 절감하며 '몇 개는 사지 말 걸'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습니다. 이번 충동구매는 넘치는 물건을 줄여 나를 재정비할 계기가 됐습니다. 옥스팜 쿠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보람도 있습니다. 착한 일에 대한 보답인지, 방금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니 공연장 양 끝에 한 자리씩 비었습니다. 나의 '충동 후원'이 누군가에겐 깨끗한 물 한 잔이 되기를 바라며 펭미팅 날 응원봉을 흔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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