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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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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덕질의 끝은 어디인가

2023-05-12 21:08

조회수 : 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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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생전 처음해보는 경험들이 많은데요. 이번에는 대리 '덕질'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들던 아이는 최근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에 심취해 있습니다. 단순히 장난감 소개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세계도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했습니다. 과학 실험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곤충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도 하는 등 다름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시청을 허용했습니다. 
 
덕분에 저와 남편은 그들이 행했던 각종 실험 도구를 온라인 상에서 공수해 주말이면 '실험맨'이 됐어야 했는데요. 그들의 콘텐츠를 모아 과학 이론까지 겸비한 학습 만화까지 구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주말 오전과 같이 유튜브를 보던 아이가 외칩니다. "엄마, 우리도 지금 저기 가자."
 
무슨 일인고 살펴보니 한 달 전 쯤 학습 만화 발간 기념으로 진행됐던 팬사인회의 후기 영상이었습니다. 그건 이미 지나간 일임을 설명했으나, 그들을 보려는 아이의 열망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불현듯 마침 그날 근교 쇼핑몰에서 유튜버의 브랜드 행사가 있음이 생각났습니다. "너 진짜로 형들 보고싶어? 그럼 바로 세수하고 옷 입어"
 
평소에는 한 시간 씩 걸리던 외출 준비가 이 날에는 10분만에 끝났습니다. 길이 막힐 것을 감안해 여유 있게 출발을 했고, 굵은 빗발을 뚫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쯤 도착한 현장은 생각만큼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마냥 기다리기도 뭣해서 시간도 때울 겸 밥을 먹고 왔는데,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20여분만에 다시 돌아온 현장은 수 백미터가 족히 돼 보이는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유튜버와 사진을 찍는 줄이었는데요. 진행 요원은 행사 시간 관계상 사전 예고 없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고지했습니다. 
 
지난달 말 고양 스타필드에서 열린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포토타임 현장. 줄이 줄어들 수록 아이의 설렘도 커졌다. (사진=김진양 기자)
 
방심했던 스스로를 탓하며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게 됐는데, 대부분이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과 행사장을 찾은 가족들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달려왔다고도 했습니다. 그들에게서 몇 달 전 아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유튜버의 쇼룸을 방문하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던 우리 가족의 모습이 겹쳤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부모들도 함께 기꺼이 밤샘 대기를 한다더라 말은 들었는데, 이게 남 일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헛웃음도 나왔습니다. 
 
마침내 유튜버가 등장했고 포토타임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동시에 줄이 점점 짧아지고 순서가 가까워 올 수록 저의 심장도 같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코 앞에 유튜브에서만 보던 크리에이터들이 보이자 아들은 설레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정작 본인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붙었지만요. 
 
원하던 사진도 찍었지만 그들이 행사를 다 마치고 갈 때까지 근처에서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들의 요청을 저버릴 수 없어 기다리다보니 포토타임 이후의 또 다른 행사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7세 인생 처음으로 '성덕'이 됐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유튜버를 만나고 싶다고 해맑게 말합니다.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어디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만 즐겁다면 그 여행에 기꺼이 동참하리라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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