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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끝나지 않은 싸움

2023-05-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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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정부차원의 전세사기ㆍ깡통전세 추가대책 마련 및 대통령 면담 재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28일만입니다. 국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발의된 지 28일만인 지난 25일 이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피해 구제에 이견이 없던 여야가 비교적 신속히 입법을 도모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피해자 원성은 여전합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국회 문턱을 넘은 전세사기 특별법을 향해 ‘반쪽짜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특별법이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 26일 대통령실 앞에 모인 이들은 “당장 이 작은 대안이라도 필요한 피해자가 있기에 특별법 통과를 전면 반대할 수도 없었다”면서도 “입주 전 사기, 보증금 5억원 이상, 수사 개시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등 많은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야도 총론에는 뜻을 함께했지만, 각론에서는 부딪혔습니다. 피해 보증금을 보전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여당은 물러섬이 없었죠. 세금을 투입한 직접 지원은 불가하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전세사기 범죄를 다른 사기 범죄와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형평성이 쟁점이었던 겁니다.
 
그 결과 이번 특별법에는 피해 보증금 보전과 같은 직접 지원은 빠지고 경·공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와 이를 활용한 공공임대 제공,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대출을 비롯한 금융 혜택 등이 담겼습니다.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다섯 번에 걸쳐 논의한 끝에 내놓은 절충안이었죠.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로 인정받는 보증금 기준을 기존의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피해 대상을 넓혔다는 등의 의미는 있습니다. 
 
아쉬움은 남습니다.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다만 이번 특별법이 통과됐다 해도, 높은 집값에 인생이 송두리째 걸려있을지 모르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의 처지는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았다 해도, 낙찰받지 못하면 거리에 나앉아야 하죠. 특별법은 마련됐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정치권에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습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특별법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빈틈을 메워가겠다고 약속했죠. 국민의힘도 추가 입법 보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여야가 후속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재차 머리를 맞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편의와 임의에 따라 복잡한 시행령과 시행 규칙이 만들어진다면 특별법의 실효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조속한 추가 행정조치와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전세사기 대책위는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세상을 등진 피해자만 5명입니다. 여야가 이번 특별법 통과에 만족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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