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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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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대마불사 조건, 살찐 말 아니라 달리는 말

2023-06-08 17:56

조회수 : 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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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새벽에 '디아블로 IV' 결말을 봤습니다. 천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악마보다 더한 짓도 저지른 천사 남편 이나리우스, 인류에게 힘을 돌려주고 자신이 지옥을 평정하려는 악마 아내 릴리트의 비극이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릴리트 역을 맡은 이선 성우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가 애잔함을 더합니다.
 
40여분 이어진 클로즈 크레딧을 보면서 '대마불사'를 생각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지난 2020년 '워크래프트3' 리마스터판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출시 당시 "블리자드 장인정신은 끝났다"는 혹평 속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습니다. 처음 리마스터판을 공개했을 당시 약속했던 연출, 미려할 것으로 기대받은 그래픽, 원본이 사랑받은 여러 요소들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에선 한글 자막 오류로 몰입이 불가능했습니다. 등장 인물 대사에 '깐프'라는 단어가 툭 튀어나와 '깐포지드'라는 별명도 생겼지요.
 
지난 7일 버거킹 수원역점에 붙은 안내문. '디아블로 IV' 포토카드 이벤트는 첫 날인 5일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사진=이범종)
 
게이머들은 이번 작품이 블리자드의 존망을 가를 것이라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6월6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 III: 영혼을 거두는 자' 이후 9년 간의 기다림은 충분히 보상받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이번 작품이 얼리 액세스 시작 4일 만에 이용 시간 9300만 시간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이는 1만년 넘는 시간에 해당합니다. 평론 종합 사이트 메타크리틱 점수도 92점에 달합니다.
 
물론 팬들 사이에선 호평과 혹평이 부딪힙니다. 자신의 평가를 상대에게 강요하는 글을 반복 게시하는 사람도 있지요.
 
대마불사의 조건은 살찐 말이 아니라 달리는 말입니다. 이번 작품에 만족한 사람들은 이 말이 잘 달려왔다고 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만 쪘다고 생각하겠지요. 블리자드는 팬들의 칭찬과 비판을 적극 수용해서 더 잘 달리는 말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각종 '자동' 기능이 없어서 실망이라는 목소리는 그냥 걸러내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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