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1996년 발매된 화이트(W.H.I.T.E.)의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함의는 다를 수 있겠지만, ‘네모의 꿈’을 들으면 도심 속 획일화된 아파트가 떠오릅니다.
198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급속히 늘어나 현재는 한국의 표준 주거모델로 아파트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파트는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가구의 62%를 차지하는 대중적인 주거 형태로, 우리나라 도시화와 중산층의 상징으로도 꼽힙니다.
삼성물산의 넥스트 홈. (사진=백아란기자)
개인적으로도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생각하면 방 3개에 화장실 2개와 같은 정형화된 구조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형화된 구조가 변화하는 모습입니다.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에 힘을 주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The Next’를 주제로 고객 맞춤형 공간 변화와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골자로 한 ‘넥스트 홈’을 내놓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섭니다.
실제 최근 방문한 삼성물산 래미안 갤러리에서는 같은 아파트라도 공간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평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삼성물산이 미래의 주거 모델로 제시한 ‘넥스트 홈’은 세대 내부 기능을 없앤 ‘넥스트 라멘구조’와 모듈을 서랍처럼 채워 넣는 ‘인필(In-Fill)시스템’을 통해 거주자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주거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변화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입니다.
예컨대 신혼부부의 경우 조립형 모듈방식 건식바닥과 벽체를 해체해 드레스룸 공간을 2배로 늘리고 욕실 포드(Pod)를 가구 내부 중앙에 배치할 수 있고 유아를 둔 가족이라면 퍼니처월을 이동해서 놀이방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트렌드와 삶의 행태에 따라 ‘무한변신’을 꾀하는 셈입니다.
물론 삼성물산이 제시한 넥스트 홈을 적용하려면 비용이나 이전 등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건식화와 모듈화 기술을 통해 세대 공간 내에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하고, 거주가가 주거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주거 방식에 대한 기대를 키웁니다.
앞으로 삶의 생애 주기에 따른 주거 환경과 주택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