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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화…제2의 경제민주화 절실

"고성장 시대의 종말…빈부격차로 갈등 심화"

2024-05-10 17:58

조회수 : 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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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공정'과 '정의'는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입니다. 그 중심엔 2000년대 들어 심화된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반작용으로 공정과 정의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셈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갈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87년 체제 때 경제민주화 조항이 도입됐지만, 사실상 '선언적 구호'에 그쳤습니다. 성장 주도형 패러다임이 아닌 공정경쟁과 동반성장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에서 파생된 빈부 격차 등은 한국 사회의 갈등을 초래하는 '판도라 상자'로 전락했습니다. 이에 '제2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담은 7공화국 권리장전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노인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선언적 구호'에 그친 경제민주화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과 함께 제119조2항도 신설됐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그리고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때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헌법에 들어가게 된 건데요. 부의 편중 등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여지를 준 조항입니다. 여기서 '민주화'란 민주주의 이념인 '자유'와 '평등'이 경제 관계에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경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가치가 충돌할 수 있는데, 이 가능성을 줄이고 조화시켜야 한다는 거죠. 이 조항에 따라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사회·경제입법이 이뤄지게 되고, 국가의 경제규제와 조정이 행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한국은 경제적 성공을 이뤘지만,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청년에게 사회적 모순이 전가되면서 민주화 성과는 빛이 바랬습니다. 특히 성장세가 약화하면서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됐고, 가계부채가 늘면서 중상위층의 적자 가구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한국 소득 불평등, OECD 2번째로 빨라"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10분위를 기준으로 상위 10%에 자리 잡은 사람이 대한민국 총자산의 43%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소득 10분위 현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득 10분위 배율'(가구 소득 기준)은 21.2배로, 상위 10% 가구가 하위 10%보다 21배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었는데요.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팔마비율'(하위 40% 대비 상위 10%의 소득배율 지표)에서 한국이 38개국 가운데 10번째로 불평등(2022년 기준)한 나라라고 발표했습니다. 팔마비율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단점을 보완한 신생지표인데요. OECD와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뿐 아니라 각국 통계청에서도 공식 분배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OECD에서 5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지만, 팔마비율은 밑에서 5번째입니다.
 
소득 불평등 증가 속도도 심각했습니다.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2021년 새 3.3%포인트 증가한 11.7%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할 수 있는 30개국 중 멕시코(8.7%포인트)에 이어 2번째로 큰 증가 폭이었습니다. 
 
87년에 멈춘 경제민주화…"민주화 없인 성장도 없어"
 
그간 한국 정치에서 경제민주화는 주요 화두였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자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선거 이후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에서 경제민주화는 사라졌고 그 자리는 ‘경제혁신’이 대신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 특혜 가석방, 금산분리 훼손, 재벌 지주회사 벤처금융 허용, 복수의결권 허용 시도 등 친재벌 정책으로 선회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다시 경제민주화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부는 재벌 개혁, 중소기업 육성, 경제적 약자 보호 등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고 법률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건데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불확실성 환경에서 87년 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불평등·양극화가 경제발전을 지속할 인적 동력을 손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민통합위원회 조사 결과에서 만 19세 이상 국민 25.5%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빈부격차'를 꼽았습니다.
 
특히 헌법 제119조2항의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해석이 끊임없이 엇갈리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이 추세에서 벗어나려면, 단지 재벌개혁에 국한되는 게 아닌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87년 체제는 재벌중심 기업체제, 동아시아 네트워크와 연계된 산업체제, 수도권·경부축 중심의 지역체제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기업·산업·지역 차원에서 양극화 체제가 강화됐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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