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혜현

ehlee@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음모론

2024-07-18 19:13

조회수 : 3,26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이었습니다.
 
아폴로11 발사 55주년이 되는 올해는 우주 관련 이슈가 유독 많았던지라 영화 개봉 전부터 자연스레 관심이 갔던 영화였는데요.
 
현재 보잉사와 나사(NASA)가 합작해 만든 우주캡슐 스타라이너가 첫 유인 시험 비행에서 국제우주정거장 ISS 도킹에 성공하고 지구로 귀환 중이고,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6호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시료 채취에 성공해 진일보한 인류의 우주 과학기술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죠.
 
영화의 배경은 미-소 냉전 시대에 치열했던 우주 개발 경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냉전 시대 우주 경쟁은 1957년 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죠. 일명 '스푸트니크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첫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해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는 말을 남기며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했죠.
 
당시 소련의 압도적인 우주기술에 발칵 뒤집힌 미국은 1962년 케네디 대통령까지 나서 10년 안에 인류 달 탐사를 공언했지만, 연이은 로켓 발사 실패와 자금난으로 나사(NASA)의 사정은 악화됐고 결국 1960대 후반까지 인류 달 탐사는 공허한 꿈같은 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습니다.
 
영화는 시들해진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사(NASA)의 달 착륙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그 유명한 아폴로 11호 달착륙 스튜디오 촬영 음모가 기획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인류 달 탐사는 당시 미국의 최첨단 기술력이 전 세계 통틀어 가장 진보하고 있고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었기에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는 미션이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미국 정보기관이 전 세계를 상대로 거대한 사기극을 기획하며 무리수를 두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어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 두 거물 배우의 잔망스런 케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구요.
 
하지만 음모론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돼 씁쓸한 여운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그러했는데요.
 
"아무리 믿지 않아도 진실은 진실이고, 모두가 믿어도 거짓은 거짓이다"
 
이 대사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가 있죠. 개인적으로는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온갖 음모론을 통해 비로소 진실이 왜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충분히 예방하고 막을 수 있었음에도 정부의 부실 대응과 관리 소홀로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음모론이 믿기 힘들게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죠.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는 법무부장관 시절 사설 댓글 팀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내부자에 의해 폭로됐지만 본인은 모든 의혹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여론몰이하기 바쁩니다.
 
가짜뉴스와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진실을 간파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 이혜현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