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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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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공청회

2024-09-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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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당일 세종청사에 내려가지는 못했지만 유튜브로 오전 10시에 맞춰 시청을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약속 시간이 됐는데도 그저 클래식 류의 잔잔한 음악과 공청회 글자가 적힌 화면만이 정지 상태로 유지됐습니다. 5분, 10분이 지나자 채팅창에 왜 시작을 안하냐는 글들이 누적됐고, 누군가가 경찰이 진압 중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정부나 국회 행사에서 시민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시위를 하는 일은 종종 있는 만큼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거의 30분이 돼서야 공청회는 시작됐는데 화면상으로는 평온했습니다. 중간중간에 당장 "중단하라", "폐기하라"는 고성이 들렸지만 방청석이 아직도 정리가 안됐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발표자들의 목소리가 중간 중간 떨려서 상당히 위축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 
 
공청회가 끝나고 기사를 쓰려는데, 산업부에서는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2년간 전력수급계획은 꽤나 중요한 발표입니다. 통신사 사이트를 뒤져도 이날 행사 사진조차 없었습니다. 사진을 한참 찾다가 세종에서 직접 취재한 두 군데 매체 기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단상에서 나뒹구는 모습이었거든요.
 
사진을 구하기 위해 아는 환경단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말도 못한다며 17명이나 '체포'됐다고 하더라고요. 사진을 요청해서 받았는데 보통 시위장에서 흔히 보는 청원경찰 한두 명이 서성이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떼를 지어 몸으로 막고 진압하는 듯한 장면이었습니다. 역사 속 쿠데타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이날 행사가 단순한 국가 정책 홍보가 아니라 공청회란 점에서 씁쓸했습니다. '공청회'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이 중요 사항을 결정할 때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입니다. 단상 위에 앉아있는 패널들은 주로 대학교수였지만 산업부 산하 워킹그룹인 만큼 모두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청회가 아닌 '통보회'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입니다. 
 
공청회는 찬성의견보다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여 제도를 보완하라는 뜻에서 만들어 놓은 제도입니다. 보완을 위한 순기능이 아닌, 통과 수순을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면 공청회를 열 이유가 있을까요. 게다가 워킹그룹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받은 교통비는 국민 세금에서 나왔을 텐데요.
 
그동안 얼마나 소통이 안됐으면 시민단체는 체포될 수준으로 깽판을 놓고, 정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했을까요. 공청회가 본래의 취지를 잃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수록 잡음이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11차 전기본 백지화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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