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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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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라디오헤드 말고 우리!"..대한민국 중장년 밴드의 역습

2012 지산밸리록페스티벌 개최

2012-07-28 11:06

조회수 : 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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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국내의 대표적 록음악 축제인 '2012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앞두고 일부 우려가 있었다.
 
올 초 공연기획사와 주최측인 CJ E&M 간 내부 갈등 소식이 들려왔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는 라인업 발표 후에는 록 페스티벌으로서의 정체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라디오헤드'라는 빅 밴드 섭외는 기대감을 모았지만 그 외 라인업은 예년만 못하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게다가 라디오헤드마저 대표곡인 '크립(Creep)'을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한 상태였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내한한 라디오헤드. 사진제공=CJ E&M
 
 
축제 첫날인 27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는 기우였다.여러가지 잡음에도 불구하고 지산밸리록페스티벌만의 관록이 느껴졌다.
 
라디오헤드는 '크립'과 '하이앤드라이'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아이 마잇 비 롱', 이디오테크',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등을 부르며 특유의 신비로운 매력을 자랑했으며, 세션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12분할 및 6분할 영상으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 다른 내한팀이자 영화 '노팅힐'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엘비스 코스텔로는 진지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무대를 펼쳤다. 국내밴드 중에서는 글렌체크, 검정치마 등이 다양한 관객의 취향을 반영하는 미덕을 발휘하며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나 가장 눈에 두드러진 것은 국내 중장년 밴드들의 예상치 못한 선전이다. 빅탑스테이지의 김창완밴드, 그린스테이지의 들국화는 세대를 초월하는 명곡들과 함께 주옥같은 멘트를 쏟아내면서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30~40대 관객들은 강력한 록 스피릿을 만끽하며 중장년 뮤지션들의 이름을 열광적으로 부르짖었다. 
  
◇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김창완밴드'와 '들국화'
 
"록은 사람입니다. 록은 자연입니다. 록은 여러분입니다."
 
조용한 듯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김창완의 목소리는 수만명의 관객이 운집한 야외무대에서도 통했다. 이날 축제를 통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니 벌써' 등은 추억의 노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노래로 거듭났다.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김창완밴드의 무대는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로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내내 해외 뮤지션이 등장했을 때 못지 않게 박수와 떼창(다같이 노래 따라 부르기)이 끊이지 않았다.
 
 
 
 
 
 
 
 
 
 
 
 
 
 
 
 
 
 
 
 
 
 ▲빅탑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김창완밴드. 사진제공=CJ E&M
 
"얘들아 고맙다. 다 우리보러 왔구나. 나이 드는 거 너무 걱정들 하지마. 더 좋으니까."
 
빅탑스테이지에서 라디오헤드의 공연이 펼쳐지기 바로 직전 시간대에 그린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들국화는 예상과 달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여유와 자신감의 근거는 무대에서 바로 드러났다. '제발', '사노라면' 등을 부르는 전인권의 목소리에 홀려 주변을 서성이던 관객들이 그린스테이지로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특히 노래 중간중간 적절하게 섞인 '반말 멘트'가 젊은 관객을 대번에 사로잡았다. 들국화는 "애인 꼬시고 싶을 때 좋은 노래 해줄게."라며 '매일 그대와'를,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8월4일에 우리가 공연을 해. 그런 의미에서 한곡."이라며 '제주도 푸른 밤'을 부르며 지산의 첫날밤을 뭉근하게 달궈냈다.
 
첫날 공연이 모두 끝난 후 다소 낯선 곡 위주로 무대를 꾸린 라디오헤드보다 친숙하되 카리스마 있는 들국화가 더 좋았다는 평이 많았을 정도다.
 
들국화 무대를 감상한 후 한 대중음악관계자는 "공연시장에서 중장년 밴드의 설 자리가 생기는 것 같아 반갑다"면서 "유명세에 비해 제값 못하는 해외 뮤지션들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불타는 금요일 축제의 밤을 놓쳐 아쉬워하고 있있다면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아직 현재진행중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중장년 뮤지션의 역습도 계속된다. 29일에는 장필순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은 들국화.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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