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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의눈)국가안전 담보로 한 LS전선의 '도박'

2013-10-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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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7조9000억원 대 652억원"
 
7조9000억원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LS전선의 매출이다. 625억원은 지난 5년간 LS(006260)전선과 자회사인 JS전선(005560)이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한 원전 케이블의 연간 평균 매출 금액이다.
 
연간 7조9000억원을 벌어들이는 전선업계 1위 LS전선이 그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 때문에 담합을 하고, 케이블 성적서를 위조했다. 이해추구 수단으로는 '거짓'이 등장한다.
 
해당 부품을 납품한 원전에 이상이 생길 시 국가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전력대란에 산업 현장이 멈추고,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 LS전선이 국가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사이 원전은 병들어 갔다.
 
JS전선이 감행한 케이블 위조의 피해는 진행형이다. 원전 사태의 첫 시작을 알렸던 한울 3~6호기 원전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와 함께 내년 8월과 2015년 6월 준공 예정이던 신고리 3·4호기에 사용된 제어 케이블이 위조된 것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신규 원전 가동에 일대 차질이 생겼다.
 
동시에 올 겨울과 내년 여름 전력 수급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이로 인한 금전적 피해만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652억원을 벌어 들이기 위해 국민들에게 원전에 대한 불안과 함께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힌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8월 입찰 담합과 시험성적서 위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LS전선 그룹 차원에서 대국민 사과와 같은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시험 성적서 위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음에도 LS전선이나 JS전선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를 핑계로 일체의 언급을 아꼈다.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지기에 이르렀고, 지난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 증언대에 구자은 LS전선 사장이 서고 나서야 대국민 사과를 들을 수 있었다. 책임경영은커녕 일말의 도의적 책임도 느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책이 뒤따른 이유였다.  
 
이는 지난 8월 원전 케이블 위조 사태가 불거지고 두달 만에 이뤄진 사과였다. 21일에는 신문 광고을 통해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의 원전용 케이블 납품과 LS·JS전선의 입찰 담합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 및 관계기관에 많은 불편과 심려를 끼쳐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속죄했다. 사죄대상에 정부 및 관계기관이 나열된 점은 아무래도 정치권 눈치보기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사과문에 현 대표이사인 구자엽 LS전선 회장과 전직 대표이사인 구자열 LS 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이름은 일체 보이질 않는다. 전·현직 대표이사 모두 입찰 담합과 케이블 위조가 이뤄진 기간에 대표이사로 재직했지만, 사과는 이뤄지질 않고 있다. 아무래도 오너 일가 전체가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고 싶었던 탓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같은 전력 계통에 일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수백억원 계약의 경우에는 그룹 수뇌부 모르게 사업부에서 위조와 담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회사를 대표하는 오너가로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도의적 책임은 면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 관계자의 말대로 구자엽, 구자열 회장이 담합이나 위조가 이뤄지는 정황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사이에 이뤄진 불법적인 일과 국민안전을 담보로 이뤄진 사안에 대해 오너가로서 직접적인 사과가 필요하다는 게 사회적 중론이다.
 
일면 이해도 간다. 담합에 참여한 다른 기업과 달리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LS그룹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LS전선이 저지른 불법과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억울함이 면책사유는 될 수 없다. 
 
지난 18일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불량부품을 납품한 JS전선 등 관련 업체에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LS그룹은 법적인 책임과 함께 진실된 사과로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에 대해 진정으로 사죄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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