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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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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朴정부 자충수된 공공기관 정상화

2014-10-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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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놓고 자충수에 빠졌다.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하려면 정상화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큰 폭의 기관장 물갈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낙하산, 관피아 논란이 불 보듯 뻔해서다.
 
6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38개 부채·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을 비롯해 한국마사회와 코스콤 등 10개 중점관리기관에 대한 경영정상화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지난 7월의 1차 중간평가와 이번에 나올 2차 평가를 토대로 부채·방만경영 해소 성과가 미흡한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할 것"이라며 "기관장 인선을 진행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올해 50여개 기관에서 새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새누리당과 함께 복수의 인재풀을 구성해 새 기관장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News1
 
그런데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지난 2월 이후 7개월째 사장이 공석이지만 새 사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0여곳도 기관장이 공석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과 영화진흥위원회 등 20곳은 후임 기관장이 없어 전임 기관장이 계속 근무 중이다. 정부는 전문성을 갖고 국정철학을 공유할 인재가 드물다고 해명했으나 이런 상황이라면 이번 중간점검 후의 물갈이 폭은 예상과 달리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박근혜정부의 고민은 바로 이점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내내 강조한 공기업 경영정상화의 핵심은 기관장 교체라는 충격 효과를 통해 공공기관 혁신을 주도하는 것인데 막상 교체될 기관장이 적다면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혁신 의지는 헛수고 그치고 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아무나 기관장으로 선임하기도 어렵다. 이번 정부는 2년 내내 인사실패 논란이 뜨거웠고 최근에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시비까지 생겼다. 특히 세월호 정국에서 규범 준수와 전문성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이런 마당에 관료와 정치인을 기관장으로 잘못 보냈다가 행정부 자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에 일부 공공기관은 관료나 정치인 출신을 기관장 물망에 올렸다가 다시 인선을 진행 중이고, 기관장 인선 지연이야말로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주범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공공기관 정상화의 또 다른 핵심인 성과연봉제 도입도 자충수가 될 모양새다. 정부는 여당과 함께 현행 호봉제를 업무성과에 따라 승진하고 연봉을 받는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는 한편 직원의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중간에 퇴출시키는 상시 퇴출제도 등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공공기관 직원의 실질임금과 사기 저하, 노후보장 위협으로 이어지고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결탁하는 등의 부패를 일으킬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발전산업노조 관계자는 "만만한 공공기관의 희생과 공공성 상실을 강요하는 정상화"라며 "공공기관의 직업적 안정성과 공공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사라지면 비리와 결탁할 가능성이 커지는 데 그 때는 또 뭘 핑계로 적폐를 척결하겠다고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민영화와 공공시장에 대한 대기업 진입을 위해 공공기관과 공무원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자기식대로 정상화라는 이름표를 붙일 태세"라며 "정부의 부당한 지배와 개입에 대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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