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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중국 배터리 인증 실패한 삼성·LG '산 넘어 산'

“중국 정부, 자국기업과 형평성 맞춰야”

2016-06-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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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조승희기자] 삼성SDI(006400)LG화학(051910)이 중국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인증에 실패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양사는 이번 인증에 실패했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인증 획득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연간 33만대 팔리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
 
삼성SDI와·LG화학·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자동차는 전년 대비 343% 성장한 33만대(BEV+PHEV)가 판매됐다. 전기버스의 판매량이 5.9배 늘며 성장세를 이끌었고 전기 승용차도 2.2배 성장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하며 전기차 시장을 지원한 정책이 먹혀든 것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시장에서 미국·유럽·일본 등을 따라가기에 힘들다는 판단 아래 엔진 위주의 기계 기술에서 배터리 위주의 전자 기술로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배터리다보니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의 파급력은 21일 삼성SDI와 LG화학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양사의 주가는 전일 대비 나란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전일보다 1.78% 하락한 11만500원, LG화학은 3.56% 감소한 25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일 양사가 중국의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업체 31곳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소식이 전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삼성SDI와 LG화학은 5차 인증에 재도전한다. 2018년 이후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인증을 못 받으면 사실상 중국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하고 있다”며 “5차 인증은 8월로 예정돼 국내 기업들도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인증에 중국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시안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지난해 10월에 준공해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현재 5차 인증을 준비 중이며 중국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중국에만 4000여개의 배터리 업체가 있고 이들도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군소 업체들이 정리되면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차 인증도 낙관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인증에서 중국 정부가 엄연히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한국 기업을 전략적으로 배제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한 의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 기술력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 기업들을 인증에서 제외한 것은 아쉽다”며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이지만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배터리라는 점을 인지하고 형평성에 의거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I 중국 시안 공장. 사진/삼성SDI
 
미국·유럽 공략도 확대…비중은 아직 낮아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받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11만9000대, 유럽에서는 18만6000대의 전기차가 팔리며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만큼 내수 시장이 크지 못하고 정부의 의지도 중국만큼 강하지 못해 아직 성장 가능성은 중국보다 낮다는 평가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특성상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강한 동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환경규제가 강력한 유럽 시장이 전기차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유럽 지역은 아직 울산공장의 배터리를 직접 공급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 공장을 마련할지 검토중”이라며 “미국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해 배터리를 전시하며 기술력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포드와 폭스바겐그룹 등이 5년 후 전기차 비중을 전체 25~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현준·조승희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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