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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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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토마토칼럼)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기

2016-11-25 08:00

조회수 : 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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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가리지 않고 연일 새로운 의혹과 폭로가 터져나온다. 뉴스로 시작해서 뉴스로 끝나는 하루하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기존 입장마저 철회하면서 정국 수습은 장기전이 불가피해졌다.
 
피로도가 상당하지만 다행히 국민들은 아직 지치는 기색은 아니다. 비상식적인 사익 추구로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린 최순실, 그리고 기꺼이 그의 마리오네트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어낸 '막장 드라마'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욕을 하면서 계속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처럼, 아직까지 국민들은 이 시국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기세다. 2016년 겨울,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 최순실씨는 도무지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그들이 사는 세상'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최소한의 상식에 매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가 늘어지고 있다보니 그런 것인지, 자꾸 딴 생각이 든다. 21세기에 어떻게 이 정도 수준의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치명적 약점을 지닌 사람이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기도 하다. 자기의 언어도 갖지 못한 대통령, 자기 주변의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만든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정당은 경선을 거쳐 대선후보를 정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다각도로 이뤄진다. 대권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싸움인 만큼 각 후보들이 서로의 약점을 캐고 이를 신랄한 공격의 도구로 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부적절한 후보를 거르는 도구로써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들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당내에서 불거져 나온 이야기였던 만큼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순실씨와 관계를 몰랐다는 말로는 빠져나가기 힘들다. 적어도 '수첩' 없이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력하다는 것은 이전부터 당내에서 수많은 '수첩' 연설을 들었을텐데 몰랐을 리 없다. 
 
이번 사태는 한 정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 외에도 1등만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든 '1등만 하면 된다'는 욕심이 정치인들에게 '내가 누구 편에 붙을지'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누구를 밀어야 이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계산을 한 사람들이 아마도 당내에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같은 1등 지향주의에 대한 비판을 비단 여당 정치인에만 한정해서 적용하지는 말자. 무엇보다도 자기 반성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등 각계 각층에 속한 이들이 자기 반성을 거쳐 얻은 깨달음을 실천하고자 나선다면 다음 세대는 진짜로 바뀐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자초한 장기전 국면이긴 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빚어나가느냐는 결국 국민들의 손에 달렸다. 이번 사태 속 숨은 의미들을 찾아나가면서 가슴 답답하고 긴 시간을 능동적인 시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나갈 때다. 자기 반성하지 않는 대통령과 똑같은 사람, 똑같은 사회는 되지 말자.
 
김나볏 증권부 코스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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