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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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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금리 올리고 예금금리 인하

트럼프 리스크로 이용해 예대마진 극대화 꼼수 지적

2016-1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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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들이 내달부터 예금금리를 줄줄이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린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자 예금금리를 낮춰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부 예금·적금 우대금리와 만기지급 금리 등의 인하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10일부터 요구불예금통장 'KB스토리'와 '연금우대통장'의 우대이율을 2.0%에서 1.0%로 인하하고, '사랑나눔통장' 기본이율은 1.0%에서 0.5%로 내린다.
 
신한은행도 다음달 19일부터 수시입출금 'U드림 레디고 통장'의 기본 우대이율을 최고 2.4%에서 1.2%로, 추가 우대이율은 최고 0.7%에서 0.3%로 낮춘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새로 가입한 정기예·적금에 대해 만기 이후 지급하는 기본금리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예금금리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시 입출금 통장은 예전에 높게 책정했던 금리를 원상복귀 시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에 요구불 예금이 가파르고 늘고 있는데 고금리로 수신을 유도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부 은행들은 금리가 높았던 상품의 판매를 아예 중단한다. 신한은행은 내달 1일부터 기본금리 연 1.5%에 우대금리를 최대 8.5%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는 '신한 롯데백화점 러블리 적금' 판매를 중단한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5일부터 '행복 투게더 G마켓·옥션적금' 신규를 받지 않고 있다. 이 적금은 기본금리는 1년 자유적립식 기준 연 1.6%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대형은행의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달 기준으로 평균 3%대로 돌아섰다. 일부 지방은행에서만 2% 후반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신한·국민·우리·농협은행은 모두 3%를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등하며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 이달 들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출금리 인상에서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가산금리는 영업점 운영비용 등을 반영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산출 과정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대출금리는 은행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사회적 비난을 가져올 정도로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이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예·적금 등 수신금리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 이나온다.
 
서울의 한 은행창구에서 상담을 받는 고객들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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