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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원내대표, 친박 정우택? 비박 나경원?

어느쪽이 이겨도 분당 유력…새누리, 물밑 선거전 치열

2016-12-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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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분당을 향해 치닫던 새누리당내 친박(박근혜)과 비박(박근혜)이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출을 대비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전날까지만 해도 상대방을 향해 “정치적 노예”(김무성), “인간이하, 패륜”(이장우)이라고 날을 세웠던 양측은 14일 일제히 발언 수위를 낮췄다. 특히 친박은 “분당은 안 된다”며 몸을 바짝 낮췄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의원총회 발언에서 오는 21일 퇴진을 재차 천명하고 “제가 주적이다. 모든 돌팔매와 비난을 받을 각오와 용의가 되어있다”며 “이제 우리 뭉치자. 진짜 제발 나간다는 소리 좀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서로를 보수의 자산, 우리 당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서로 아끼고 해서 ‘당을 깬다’, ‘당을 나간다’ 이런 말씀은 좀 하지말라”며 “제가 죄인이다. 저를 심판해 달라. 제발 보수를 살려주시고, 당을 살려 달라”고 의원들에게 읍소했다.
 
앞서 지난 12일 자신을 ‘친박8적’으로 규정하고 대표직 즉각 사퇴와 탈당을 요구한 비박계를 향해 “뻔뻔하고 가소로운 짓”이라고 원색 비난했던 태도를 180도 바꾼 셈이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해체 문제를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 된다”며 “탄핵의 옳고 그름, 탄핵과 비탄핵쪽의 갈등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당을 어떻게 대통합하고 보수 전체를 어떻게 대통합할거냐 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제가 어제 보수대통합 회의 자리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분명하게 소위 언론에서 말하는 친박들은 완전한 2선 후퇴를 한다”며 “또 당 윤리위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는 절대 없다. 저 스스로도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며 비박계의 탈당을 촉구하던 친박계가 유화적인 태도로 돌변한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전날 있었던 ‘윤리위원회 파동’ 역풍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친박 지도부는 이진곤 윤리위원장에게도 알리지 않고 기존 7인의 윤리위에 친박계 8명을 추가임명해 박 대통령 징계안을 논의하던 윤리위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이 위원장은 13일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 박 대통령 보호에만 급급한 친박 지도부가 뒤통수를 쳤다”고 비난했다.
 
중립성향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주위에선 정신 나갔다고 말한다”고 비판했고, 비박계 황영철 의원도 “(이 대표가) 겉으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실질적으로는 윤리위 구성문제에 대해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며 “도대체 뭘 믿고서 우리가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원내대표 선출과 그 이후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원내대표 선거결과에 따라 새누리당 분당 형태가 구체화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친박이 승리할 경우 비박이, 비박이 승리할 경우 친박이 나간다는 시나리오다.
 
총 128명의 새누리당 의원가운데 친박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이름을 올린 것은 62명이며, 비박의 ‘비상시국회의’ 구성원은 4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 중도세력은 30여명 수준이다. 그 상당수가 범친박으로 분류된다.
 
친박과 비박이 일대일 표 대결에 나설 경우 친박의 우세를 점치는 평가가 많다. 친박 입장에서 원내대표 경선 승리 이후 비박과 중도세력의 당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분당 방지에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비박은 의총 직후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4선의 나경원, 3선의 김세연 의원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로 확정했다. 친박 역시 4선 정우택, 재선 이현재 의원 조합을 선보였다. 당초 김정훈, 홍문종 의원도 후보로 거론됐지만 그나마 친박색채가 옅은 두 의원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그간 계파간 갈등 해소를 주장해 온 당내 초선 모임은 이날 오전 사실상 해체됐다.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정운천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의원들도) 이제 너무 양극화가 되다 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어렵다”며 “새 원내대표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정도의 결론밖에 내지 못했다. 경선이 끝나면 초선의원 모임도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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