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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세계적 긴축정책, 그 위험성에 대하여

‘긴축-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마크 블라이스 지음|이유영 옮김|부키 펴냄

2016-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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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긴축정책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된 것들과 긴축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이유라며 장황하게 제시된 논리들은 대체로 위험한 헛소리들이다. 현재 그런 사고방식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25쪽)
 
마크 블라이스 미국 브라운대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긴축 옹호론자들의 사고를 위험하게 본다. 국가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 재정균형으로 점진적 성장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논리지만 블라이스 교수는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반박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는 다음의 경로를 따랐다. 긴축이란 이름으로 복지를 비롯한 공공지출 예산을 삭감하면서 경제 규모는 위축되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또 사회적 인프라투자 비중이 줄어 국가경쟁력이 후퇴했고 복지 혜택을 줄인 만큼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 문제는 심화됐다.
 
심지어 경기 후퇴에 국채 금리마저 상승해 국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193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정책적 실패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이다.
 
블라이스의 ‘긴축-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긴축정책의 심각성과 그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는 책이다. 전 세계의 긴축 실패 사례들을 훑어가며 일부 경제학자와 언론이 유포한 잘못된 통념을 바르게 교정해 나간다.
 
서두에서부터 저자는 긴축이 실패한 대표 사례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유럽을 지목한다. 그 중에서도 주의 깊게 보는 것은 2010년에 발생한 ‘피그스’(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의 재정위기다.
 
당시 유럽 강대국들은 피그스 국가의 재정위기 원인을 ‘씀씀이가 헤픈’ 국가들의 문제로 치부했다. 이를 위해 피그스에 구제금융과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 공공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긴축 시행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진단에 ‘현대사 최대의 속임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피그스의 재정 위기는 과도한 지출에서 비롯된 게 아닌 은행들의 위기를 국가가 보전한 데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위험과 높은 레버리지, 타국 은행과 엮인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할 때 피그스 국가들은 은행권을 ‘망하게 둬선 안된다’는 집단적 사고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공지출을 늘려 민간부문의 위험을 줄이는데 치중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높아져 갔다.
 
상황은 이런데도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정치권과 금융계 소수 엘리트들은 “공공부문이 흥청망청 쓰고 빌렸다”며 민간 부문의 잘못을 국가 쪽으로 덮어 씌웠다. 이후 시행된 긴축정책으로 이들 국가는 예산, 부채, 재정적자 등을 삭감해야 했고 경제 위축은 더 심화됐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복지 혜택 의존도가 높은 소득 최하위 계층에게로 돌아갔다.
 
저자는 피그스 외에 레블동맹 국가(루마니아·에스토니아·불가리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사례를 통해 실패 규모를 수치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2012년 긴축 정책을 시행한 이들 국가는 이후 에스토니아를 빼고는 전부 국가부채 폭탄을 떠안게 됐다. 가령 리트비아는 2007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7%에 불과했지만 2014년 42%로 네 배나 폭증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과거 세계 곳곳에서 긴축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국가들의 사례도 열거된다. 1929년 미국은 후버 대통령의 ‘흥청망청 쓰면서 번영에 이를 수 없다’는 슬로건 아래 절약에 나서지만 결국 대공황을 맞게 되고 비슷한 시기 영국은 금본위제로 돌아가기 위해 긴축을 시행하다 국가부채, 실업이 급증하는 위기를 겪게 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위기 때의 긴축은 언제나 더 심한 불황과 위험을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긴축이 세계 경제를 위한 해결책이 아니라면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투자은행 모델의 전면적 재검토를 제안한다. 투자은행이 벌려놓은 위기를 국가의 공공 지출로 막다가 장기적 경제 위축에 직면할 바에야 문제가 된 은행의 파산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가 잘 적용된 국가로 아이슬란드를 꼽는다. 2009년 아이슬란드는 GDP 대비 은행자산비율로 따지면 미국의 10배에 달하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음에도 은행의 파산을 방기함으로써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더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최고 소득 계층을 겨냥한 세금정책이다. 은행시스템을 통해 자산을 늘렸거나 금융 위기의 책임을 피해간 이들에게 조세 부담을 지워 국가 재정 위기를 균등하게 분담시키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대안을 적절히 활용하면 결국 긴축을 실행할 필요 자체가 없게 되거나 긴축 기간이 줄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지 않게 되는 긴축은 결국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민족주의 등이 판치는 사회를 낳게 될 뿐”이라고 말한다.
 
‘긴축-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사진/부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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