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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대법 "백화점 판매원들은 근로자…퇴직금 지급해야"

판매용역계약으로 바뀌었어도 실질은 근로계약관계

2017-0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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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백화점 내에 물건을 납품·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이른바 백화점 판매원들은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주심 이기택 대법관)구모씨 등 백화점 판매원 23명이 B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등 소송 상고심에서 백화점 판매원들은 피고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 계약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돼 있지만,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으며,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피고가 각 백화점 매장에 판매원들을 파견하는 방식을 변경했다"며 "이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받고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용자로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는 원고들의 근태를 관리하거나 업무 관련 공지를 한 것은 일시적이었다고 주장하나 그 기간 등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넥타이·가방 등 수입·제조·판매업을 하는 B사는 백화점·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수입·제조한 물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백화점에서 판매한 뒤 판매 수익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백화점 특약매입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백화점 내에서 판매 업무를 수행할 인력은 B사가 파견하기로 약정했다.
 
B사는 구씨 등을 영업부 소속 정규직으로 고용해 오다가 20058월쯤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받고 2005년 말경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어 구씨 등과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후부터는 고용계약이 아닌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백화점 판매원들을 충원했다.
 
판매용역계약서에는 계약기간(1근무장소·판매브랜드·판매용역 수수료 등이 기재돼 있었다. 일부 판매원들에 대한 판매용역계약서에는 수수료가 쓰여 있지 않거나 수수료가 아닌 연봉이 적혀 있는 것도 있었다. 또 전산 시스템으로 각 매장의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본사 영업부 직원이 약 1주일 간격으로 매장을 방문해 판매 현황 등을 확인했다.
 
고용계약에서 판매용역계약으로 바뀌었지만 백화점 판매원들의 업무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이후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는 백화점 판매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해 재고실사·택배 관련 등 각종 공지를 하기도 했다. B사는 백화점 판매원들의 병가 및 출산휴가 현황표를 작성해 보관하고 있었고, 명절·근로자의 날 등 특정한 날에 백화점 판매원들 모두에게 정기금을 지급했다. 또 일부 백화점 판매원들에 대해서는 임시직원 임금의 허위청구로 인한 횡령·회식비 허위 청구 등을 이유로 징계권을 행사한 적도 있다.
 
한편 구씨 등은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B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했음에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B사는 “구씨 등은 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용역을 제공한 후 수수료를 지급받았을 뿐이므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구씨 등이 B사로부터 업무상 지휘·감독과 함께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시, 구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구씨 등이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점, 휴가에 대해서도 사전 허가가 아니라 업무협조를 성질로 보이는 점, 회사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고 회사도 구씨 등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 회사가 매장 상품 분실과 훼손에 대비해 보증금을 제하고 판매수수료 일정액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구씨 등을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구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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