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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최후변론 전날, 대통령 대리인단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의견 일치 못보고 박 대통령에게 '출석'·'불출석' 엇갈린 의견 전달

2017-02-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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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종결일에 불출석하기로 26일 결정했다. 검토했던 영상진술 대신 서면진술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결국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당사자 출석 없이 진행하게 됐다.
 
박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 박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인 이중환 변호사는 이날 “불출석 사유를 저희들은 알지 못하고, 추측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불출석 결정 이유를 대리인단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 변호사는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상태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대리인단이 박 대통령에게 제시한 답안지는 두 개였다. 출석에 찬성한 측은 적극적 해명이 심판에 유리하다는 입장이었고, 출석에 반대하는 측은 ‘국격의 문제’와 9인 재판부가 아닌 8인 재판부를 인정하는 셈이라는 점, 헌법재판소가 27일로 정한 종결시점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 엇갈린 의견을 제시한 것을 두고 대통령 대리인단 내부에서 분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심판 출석처럼 중차대한 문제를 대리인단 내에서 합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박 대통령에게 각각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은 출석해야 한다는 측과 불출석해야 한다는 측이 막판까지 의견 일치를 못 봤다는 말이 된다.
 
그동안의 심판과정을 되짚어 보면 불출석 의견을 제시한 쪽은 이 변호사와 손범규 변호사 등 탄핵심판 초기 선임됐던 대리인들로 풀이된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일 15차 변론기일 종료 후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출석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와 신문받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겠는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손 변호사는 전날까지 양승태 대법원장이 탄핵심판 변론종결 이후 이정미 헌법재판관(소장 권한대행)의 후임 지명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적극 부각하면서 “헌재는 헌법에 맞게 재판부 구성부터 완결해서 공정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탄핵심판에 관여한 법조인들은 그 결론이 어찌 나든지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8인 재판부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상대적으로 출석을 권유한 쪽은 김평우 변호사 등 최근에 선임된 대리인들로 보인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16일 김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합류하면서 중심 축이 이 변호사 쪽에서 김 변호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김 변호사는 2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자신의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들어가면서 이 변호사에게 "당신 똑바로 해. 이중환씨"라고 질책했다. 김 변호사와 비슷한 시기에 대리인단에 들어온 변호사는 조원룡 변호사 등이 있다. 김 변호사와 조 변호사는 '탄핵반대' 집회에 적극 나서면서 박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이 변호사나 손 변호사는 '탄핵반대' 집회에서 목격되지 않았다. 대리인단 초기 멤버 중에는 서석구 변호사만이 대외 활동에 적극 참여해오고 있다.
 
대리인간 파열음은 외부로도 흘러나왔다. 이날 오후 5시 7분쯤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이 헌재 최후변론에 불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대리인단이 오후 5시3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을 취재 중인 법조기자단에 “본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헌재에 박 대통령의 불출석 통보는 물론, 언론을 상대로 하는 기자회견을 대표변호사인 이 변호사가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연합뉴스>는 보도의 출처를 법조계라고 했지만, 대리인단 변호사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가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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