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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검찰, SK·롯데 '뇌물적용' 왜 망설이나

'민원' 전달 확인…부정 청탁·조직적 지원 '변수'

2017-04-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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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뇌물혐의를 적극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검찰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수사 상황을 종합 해보면, SK와 롯데는 삼성의 경우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출연금 지원과 관련한 청탁이 구체적으로 오갔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5년 7월25일 이뤄진 두 번째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출연금 지원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 최씨 모녀의 독일법인 경영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이 기회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지원을 청탁한 것을 확인하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기소했다. 이 중 정씨 승마와 독일 법인 등에 대한 지원은 단순 뇌물죄로, 재단출연금 지원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재단 출연금 지원과 관련해 SK와 롯데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조사해왔다. 형법은 단순뇌물죄와는 달리 제3자뇌물죄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을 범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지원 청탁’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뇌물혐의로 구속기소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근거는 이 부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임원들과 조직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독대 등을 통해 '부정한 청탁'을 한 증거와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들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K나 롯데도 ‘부정한 청탁’으로 볼 정황이 없지 않다.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태원 회장 광복절 특사 사실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미리 전해 듣고 보낸 감사 메시지가 최근 재판을 통해 공개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안 전 수석 업무수첩 등에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들이 상당수 확인됐다. 롯데도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뒤 재단출연금 45억원을 지원하고 70억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되돌려 받았다. 자금 출연과 회수 시기가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사건’ 시기와 맞물린다.


그러나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는 답보상황이다. 최 회장의 경우 부정한 청탁의 실체가 인정된다면 본인 보다는 사면청탁을 직접 한 것으로 드러난 김 전 의장이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직접 박 전 대통령을 만났기 때문에 본인이 기소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재단출연금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며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지난 6일 소환조사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K와 롯데의 경우까지 뇌물로 본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액수가 지나치게 커져 재판에서 유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뇌물수수액수는 433억원이다. 여기에 SK(111억원)와 롯데(45억원) 출연금을 더하면 589억원으로 늘어난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안 전 수석과 공모해 16개 대기업을 상대로 받은 재단 출연금은 총 774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기업들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현대나 한진 등도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지원하고 총수들이 독대과정에서 직접 박 전 대통령에게 민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은 물론 검찰도 수사 선상에 올려 놓지 않고 있다.





자료/검찰·특검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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