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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1인 미디어)시세보다 싼 '조합아파트',분양현장 어떻게 유혹 하길래?

계약취소시 계약금 절반이상 못 돌려받아, "환급 관련 사항도 애매모호"

2017-06-25 09:49

조회수 : 2,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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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주택조합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저렴하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기도 고양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방문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1일 경기도 일산에 한 지역주택조합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평일 오전이어서 내방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분양대행사 직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일반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똑같이 단지 모형과 평형별 유니트가 자리잡고 있다. 한쪽에선 직원들이 상담은 물론 계약까지 진행했다.
 
분양대행사 담당자가 배정된 뒤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사업지 인근 신규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또 주변 노후 아파트와 건너편 신도시가 자리잡고 있고, 특히 ‘전매 무제한’으로 투자용으로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분양 상담사는 현재 총 11만평 부지 중 아파트가 지어지는 7만5000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미 90% 가까운 땅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인근 지역주택조합에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고, 인근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해 약 6000만원~7000만원 가까운 프리미엄을 챙겼다고 자랑했다.
 
 

기자가 도시개발 및 지역조합사업에 대한 지자체 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사 선정되면 안전하게 참여하겠다고 말하자 상담원은 "조합원에 빨리 합류해야 더 싼 가격에 매입해 시세차익이 커진다.
 
원하는 동, 층, 호수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아 입지가 좋은 집을 고를 수 있다"고 재촉했다. 무조건 조합원 가입부터 하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 사업 대행사는 지을 땅을 확보하지 못한 체 조합원을 모집했다. 게다가 여러 이유로 인허가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고양시는 홈페이지에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신중한 검토 및 유의사항 등을 게재하기도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인가 요건을 충족할 경우 검토를 통해 허가를 내줄 방침이지만, 아직 설립인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가장 큰 피해는 ▲사업부진에 따른 입주까지 무한정 기간 확대 ▲추가 분담금 ▲조합원 단순변심에 따른 계약금 몰취 등이다. 계약서상 대부분의 조항이 조합원에게 불리하도록 명시 돼 있다.

 

실제로 이 지역주택조합은 계약금 3500만원 중 조합원의 단순변심에 의한 환불을 요구할 경우 최소 18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요구했다. 이마저도 돌려 받기가 쉽지 않다. 사업기간이 평균 7~8년 가까이 길어지다 보면 지친 조합원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이 완전히 백지화될 때다. 국내에는 11곳의 신탁사가 있고, 분양물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신탁사를 채택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시행사 대표 계좌로 직접 받은 계약금의 경우 언제든 떼일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셈이다.

 

하지만,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경우 모델하우스, 광고홍보 및 상담사 등 운영비를 모두 신탁사가 보전해주는 건 아니다. 계약사항 및 법률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조합원은 무조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신탁사는 조합원을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한계가 있다”면서 “지역주택의 조합원이 됐다는 의미는 사업의 주체로 책임이 뒤따르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탈퇴 관련 사항이 법적 구속력 없는 표준규약에만 명시돼 있다”면서 “계약서에 환급 관련 사항이 모호하고, 아예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지역주택조합 인가 총 155건 중 입주는 34건에 불과해 추진율이 20%에도 못 미쳤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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