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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토마토칼럼) 50대 남성이 위험하다

2017-07-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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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서울 양천구에서 ‘나비남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뜻하는 ‘나비남’은 50대 독거남 발굴 지원 프로젝트다.
 
이혼이나 실직 등으로 사회에서 고립된 50대 남성을 발굴해 지원한다니 박수칠 일이지만, 최근 복지 트렌드는 청년·여성·노인 아니었던가. 아직 경제적으로 능력 있고, 사회적으로 은퇴하기 전이며 육체적으로도 힘이 남아있는 50대 남성을 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필자가 알기로는 중앙·지방정부에서 중·장년층 1인가구를 위한 지원정책은 없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여성 구청장이 여성친화도시 등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에 강점을 두는 것과 달리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기자설명회까지 자처하며 나비남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다.
 
얼마 전 다시 얘기를 들으니 김 구청장이 직접 나비남 프로젝트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우수사례로 소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불과 두 달여 만에 다른 자치구 10곳이 나비남 프로젝트를 공유해 시행 중이며 4곳이 시행 예정, 6곳도 시행을 검토 중이란다. 시행 검토까지 포함하면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20곳이 나비남 프로젝트에 공감한 것이다.
 
통계를 찾아보니 수긍이 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고독사한 162명 가운데 남성이 137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연령대로도 58명이 50대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양천구에서는 지난해 고독사 6명 중 6명이 남성이었으며, 3명이 50대였다. 그러고 보니 자택에서 숨진 지 두 달이나 지나서야 가스검침원 등에게 발견됐다는 슬픈 소식이 비슷한 내용으로 심심찮게 보도되곤 한다.
 
양천구의 전수조사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404명 가운데 96명은 대부분 2~3가지 이상 복합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 96명의 문제를 살펴보면 경제·건강·일자리 등이 1가지만 발생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닥친 것이다. ‘나쁜 일은 몰려서 온다’라는 말처럼 이혼·실직·질병 등이 겹쳐서 왔을 때 가족과 사회로부터 떨어져 홀로 남겨진 그들은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됐을 것이다.
 
지난달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등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50대 남성은 삶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외로움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30대까지 높았던 삶의 만족도가 40~50대에 낮아지고 60대에 다시 높아지는 U자형 패턴을 보였다. 특히 50대 남성은 부모 봉양에 자식 부양이 50대에 가중되면서 모든 집단 중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반면 여성은 40대에 떨어졌던 만족도가 육아부담이 사라지는 50대부터 높아졌다.
 
스트레스나 외로움에 대한 조사에서도 30대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육아 등으로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하지만, 50대 남성은 모든 집단 중에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도 “청년기와 노년기에 낀 중년기 역시 청소년기 못지않은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노후불안’ 역시 50대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 중 하나이다. 부모도 모셔야 하고, 자식도 뒷바라지해야 해 ‘낀 세대’라고 자칭하는 현재의 50대는 민주항쟁과 IMF의 파도를 힘겹게 넘었지만, 그들 앞에 돌아온 건 ‘지천명’ 대신 ‘꼰대’라는 호칭, 그리고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20~30년의 잿빛 앞날이다.
 
돌이켜보면 필자 기억 속 아버지는 50대 모습으로 멈춰있다. 여느 아버지가 그랬듯, 젊은 시절 세상 두려울 것 없던 필자의 아버지도 자식이 성장해 함께 등산 가자며 손을 내밀 때 즈음에는 그 손을 끝내 잡지 못하셨다. 그래서일까. 필자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50대는 여전히 찬란하고 위대했지만, 웬지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이 함께 남아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모든 50대 남성이여 힘내시라.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가족과 친구·이웃과 두 손 꼭 잡고 이 세상 멋지게 이겨내시길 응원한다. 그들은 당신이 열심히 살아온 과정의 열매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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