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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 검찰수사 가능성

법조계 "단순실수로 보기 어려워…회사 관리·감독책임 조사 불가피"

2018-04-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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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최영지 기자]삼성증권이 이른바 ‘유령주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 자체나 실수로 주문사고를 낸 직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 16명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 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증권 위조·행사죄 요건 갖춰"
 
특수수사를 오래해 온 고위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표면상으로는 공매도 관련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없던 주식을 뿌린 것이기 때문에 유가증권 위조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현재 삼성증권이 인정한 내용만으로도 유가증권 위조 또는 행사 등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삼성증권이 지난 5일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으로 1주당 지급되는 배당금 지급을 ‘1000원’을 입력해야 하는 것을 ‘1000주’로 입금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우리사주 계좌에 총발행 주식수의 31배가 넘는 28억주 가량이 들어갔는데 주식을 계좌로 받은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이를 시중에 되판 것이다. 삼성증권이 제동을 걸었지만 30여분 뒤였고,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대비 6.53% 하락해 투자자들은 2300억 상당 손해를 봤다.
 
이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되팔면서 나온 주식을 위조된 유가증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검찰출신 법조인은 “이번 사건에서 직원들이 주식을 되판 것을 단순히 실수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검찰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식매도 16명, 권한 없는 것 알았을 것"
 
다른 증권전문 변호사들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강남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증권전문 변호사는 “직원의 단순실수라고 발표했지만 단순실수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발행한 실무자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배당하려는 고의가 인정 되는 게 관건이다. 다만 고의성을 의심하려면 삼성 담당자가 주식을 발행해 삼성증권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는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증권이 무차입공매도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법적 자문을 거쳐서 처벌 받지 않는 선에서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증권전문 변호사는 “주권 없는 주식을 팔아 이익을 취할 수 없다는 건 직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이를 알면서도 팔았다는 것은 다른 의도와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 “고의성이 어렵지 않게 인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감독원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익을 취하기 위해 허위주식을 매각했다는 증거가 확보될 경우에는 주식을 되판 직원뿐만 아니라 삼성증권으로서도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과 더불어 더 큰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책임 피해도 민사책임 질 가능성 커"
 
형사책임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삼성증권으로서는 민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중견로펌 소속 증권전문 변호사는 “직원들의 불법 행위가 인정되면 이들을 감독할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삼성증권 측에서 입증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입증이 안 될 경우라도 피해자들로서는 민사상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중한 가운데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형사상 문제점이 있어 보이지만 금감원에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금융당국에서 휴대폰까지 확보해서 보는 등 강제수사에 준하는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은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최영지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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