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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권오준 회장, 전격사퇴…배경 두고 '논란'

"피로 누적에 후학 양성? 설득력 떨어져"…사정 한파에 최순실 연루도 부담

2018-04-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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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돌연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뒤 불과 보름 만에 젊은 피 수혈을 강조하며 사의를 표명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 투성이인 권 회장의 선임 배경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최근 포스코를 향한 사정당국의 움직임 등이 권 회장에 압박으로 작용, 용퇴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높다.  
 
권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긴급 임시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장 후임으로 취임한 권 회장은 지난해 연임해 성공했다.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권 회장의 사의로 포스코는 고 박태준 초대 명예회장부터 총 8명의 회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권 회장은 지난해 5월 정권교체 이후 줄기차게 사퇴설에 시달렸지만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회장 교체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랬던 그가 돌연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은 사람에게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유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재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 회장의 거취는 이달 중순을 전후로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현 정부가 정경유착 근절과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촛불정부인 만큼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와 KT의 회장들이 중도 사퇴하는 잔혹사가 이번에는 끊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사정당국의 칼끝이 권 회장을 향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 사회연대포럼과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포스코가 2011년부터 무분별하게 해외 투자를 진행하면서 부실을 키웠다며 권 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무엇보다 권 회장이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으로 적폐로 규정된 최순실과 연루된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그가 회장으로 선임된 배경은 여전히 재계에서 의문으로 통한다. 이 같은 압박이 그의 심리 변화를 일으켜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는 지난 16일 개인 일정을 모두 취소해 회사 안팎에서 사퇴설이 돌았다.
 
포스코 측은 권 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정치권의 외압과 검찰 내사설 등을 모두 부인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은 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고,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변에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은 전임 회장이 벌렸던 무분별한 사업을 정리하고 철강 본연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매진해왔다"며 "지난해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4조6218억원)을 거두는 등 경영실적도 뚜렷한 상황에서 돌연 사퇴는 임직원 모두에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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