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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백브리핑)10명 내보내고 7명 뽑아라

2018-05-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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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장관(급)이라 할 수 있는, 최종구 금융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간담회에서 굵직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가다가, 시중은행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장하겠다는 말을 말미에 했는데요. 최위원장의 멘트는 이렇습니다.
 
"일반은행들 여론 때문에 퇴직금 많이 못 준다. 그래서 희망퇴직 잘 안돼. 퇴직금 많이 줘야 받는 사람도 알아서 할 거 아닌가. 눈치 보며 지내는 것보다 퇴직금 받아 새로운 사업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낫다. 임금피크 빨리 들어가서 한창 일할 때 임금 깎여서 조직에 있는데, 본인도 힘들도 조직도 힘들다. 서로 불편한 거다. 그러지 말고 퇴직금 많이 줘서 희망퇴직 하면 10명 퇴직 때 7명 젊은 사람 채용할 수 있다. 희망 가질 수 있도록 여건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고, 그게 퇴직금이다. 일반은행에도 권장할 예정.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이달 말 은행장 간담회 떼 메시지를 내도록 하겠다."
 
금융당국 간부는, 최 위원장의 발언 취지에 대해 '사람 뽑으라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자리 만들기를 제1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에, 금융권에서 특히 신규채용 '실적'이 낮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금융권 장관인데 대통령 뵐 낯이 없다는 것이죠.
 
은행권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냉랭하고요. 시중은행이 추산하는 희망 퇴직자 한 명당 평균 소요 비용은 3억 원 수준입니다. 사람을 내보내려면 대규모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섭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16년 3000여명을 내보내면서 8000억이 넘는 비용(회사들은 사람에게 쓰는 돈을 비용이라고 합니다)을 썼습니다.
 
여기까지는 회사 입장의 얘기였고, 은행원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사실 돈이 나온다면 쫓아낼때까지 조직에 있고 싶다고 한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희망퇴직 대상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렇습니다. 선배들이 퇴직금으로 가게 차렸는데 성공하는 곳을 못 봤다. 자식들 결혼시키기 전에는 조직에 있어야지.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밖은 지옥이다'는 말도 다시 회자됩니다.
 
희망퇴직이라는 단어에서 '희망'을 끄집어 내는 장관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10명을 내보내면 7명을 새로 뽑을 수 있지 않냐는 셈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병장 1명은 이등병 10명 몫을 감당해낸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죠. 사람 내보내면 되지 않느냐는 장관 발언의 무게는 상당합니다. 은행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지만 올 겨울에 감원 한파가 세게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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