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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해나

'새콤달콤' 토마토 매실절임편

2018-05-11 12:31

조회수 : 2,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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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경력 12년, 결혼 생활 3년. 

부모님이 주시는 밥을 먹고 살지 않은 지 도합 15년이 됐는데도 아직 요리가 익숙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리가 귀찮고 싫다.

그러면서도 요리는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넣어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  집에서 먹는 밥 만큼은 조미료를 넣지 않고 천연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쓸모 없는 고집이다. 때문에 멸치육수를 내고 생선을 다듬고 조개를 씻어 막상 2~3시간 요리와 씨름 하고 나면 진이 빠지고 화가난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요리는 계속돼야 하므로...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쉬운 요리 위주로 레시피와 함께 올려보고자 한다.

토마토매실절임은 저녁 미팅때 들른 5평 남짓한 이자카야에서 서비스로 나온 디저트다. 심한 다이어트를 할 때 빼고는 토마토 같은 것을 입에 넣지 않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토마토의 향은 남아 있지만 식감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생물 토마토는 탁 터지고 난 다음 퍼석퍼석한 식감이 남는다면, 이 토마토는 쫄깃쫄깃하고 깔끔하다. 약간의 새콤함과 매실의 달콤함까지 담고 있다. 두번 추천, 세번 추천!

결국 주방으로 달려가 주인장에게 레시피를 뺏어왔다. 집에 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한 통도 샀다.

준비물은 파스타소스가 담겼던 유리병(통통한 유리병이면 다 괜찮다), 방울토마토 한 팩, 매실액(집에 있는 것을 활용해도 슈퍼에서 사도 좋다), 꿀 또는 올리고당

1. 토마토를 깨끗하게 씻어 꼭지를 떼고 꼭지가 있던 자리에 칼로 십자 모양을 내준다. 깊지 않지만 넓게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토마토를 너무 세게 잡거나 칼집을 깊게 넣어버리면 속이 다 나오니 터진 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먹어주자.

2. 중간 정도 크기의 냄비에 물을 끓여 십자모양을 낸 토마토를 투하한다. 1분 정도 있으면 십자를 낸 토마토 껍질이 들고 일어난다. 꺼낼 타이밍이다. 너무 익혀버리면 식감이 물렁해지니 주의.

3. 한김 식히고. 지금부터가 고난이다. 토마토 껍질을 다 벗겨야 한다. 터지지 않도록 살살. 다 하고 나면 손이 쭈글쭈글해지고 토마토 과육이(채육이?) 손에 범벅이 돼 있을 것이다.

4. 열탕 소독한 유리병(끓는 물에서 3분 정도 이리저리 굴려준 다음 건조)에 토마토를 병 입구까지 담는다. 매실액은 5분의 4정도 부어준다. 나머지는 꿀이나 올리고당으로 채운다. 없다면 설탕도 무방.

집에서 만든 매실액은 당이 적기 때문에 쉽게 상하거나 곰팡이가 필 수 있다고 한다. 슈퍼에서 산 매실액을 활용하거나 집에 있는 것을 쓴다면 꿀이나 올리고당을 좀 더 넣어줄 것.

5. 냉장고에 이틀 정도 방치. 이후 맛있게 먹는다.

그 식당과 아주 똑같은 맛이 난다. 역시 요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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