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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준

일감몰아주기 이어 공익법인까지…관건은 '글로비스'

정의선 전방위 압박에 지배구조 개편 서두를 듯

2018-07-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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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에 이어 공익법인마저 문제를 삼으면서, 정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처분이 시급해졌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최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에 이어 지난 1일에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앞두고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재계 풀이대로 공정위는 이번 발표에서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도입 전 29.99%로 낮아지면서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공익법인인 '정몽구재단'으로의 총수일가 지분 출연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현대글로비스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현행법상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지분율 요건을 20%로 낮춰 글로비스를 다시 규제 틀로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로비스가 공정위 규제를 또 한 번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지분율 23.29%) 또는 정몽구 회장 지분율(6.71%)을 추가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도피처'로 지목된 상황에서 추가 출연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억울한 점이 있다. 비록 공정위 압박에 의한 수동적이었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안(글로비스와 모비스 분할합병)을 내놨고, 이에 성공했더라면 재단을 활용하지 않고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정 부회장 지분율이 3분의 1 수준인 8.97%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일반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공정위 발표에 대해 공식 대응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추가 지배구조 개편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는 지적이다. 한 고위 임원은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를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양새인데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또 다른 일감몰아주기 회피 대상으로 지목한 이노션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 부회장 지분율이 낮다. 이노션 최대주주는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27.99%)이며, 정 부회장은 2%만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한 결과다. 정 부회장은 2013년 말까지 이노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모건스탠리PE,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아이솔라캐피탈 등 글로벌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잇달아 지분을 팔았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이노션 지분처럼 현금화해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당초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규제 강화가 지분 매각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중 10.01%(지난 1일 종가 기준 4331억원 규모)만 처분하면 된다. 이를 활용해 모비스 지분 2.1%를 매입할 수도 있고, 정몽구 회장 지분 승계시 상속세 납부에 활용할 수도 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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